▶손님 접대용으로, 집들이 선물로, 배앓이 하는 아이들의 비상약으로 귀한 대접받던 설탕. 그런데 요즘 그 신세가 말이 아니다. 비만과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며 공공의 적이 됐다. 그 중독성 또한 뭇매를 맞고 있다. "설탕중독의 위력은 마약보다 강하다." 영국인 의사 샐리 노턴 박사는 코카인에 중독된 쥐가 코카인이 아닌 설탕을 선택했다"며 그 심각성을 주장했다. '사탕발림', '감언이설(甘言利說)'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설탕의 유혹, 경계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럼, 이 요물같은 설탕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어딜까? 정답은 국민 1인당 연간 약 75kg을 소비하는 싱가포르. 어림잡아 한 사람이 쌀 한가마니를 먹어치우는 셈이다. 한국은 연평균 22kg으로 싱가포르에 비해 애교 수준이지만, WHO의 당 권장량이 9kg이라고 하니 안심할 일은 못된다.
세계인의 식습관에 문제를 느낀 WHO는 급기야 2016년 "설탕을 넣은 상품에 20%만큼 세금을 매기라"며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고, 미국, 프랑스, 영국, 태국, 멕시코 등 40여 나라에서 탄산음료 등에 설탕세를 물리고 있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가당음료부담금'. 당류첨가 음료에도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줄이고 대체음료 개발을 유도,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료 100ℓ당 당이 20㎏을 초과하면 2만8000원, 16~20㎏이면 2만원 등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부과한다. 250㎖콜라 1캔에 당 27g이 들어있다고 하니 환산하면 27.5원씩 세금이 더 붙는다. 법이 현실화되면 음료값 인상은 불보듯 상황.
"차라리 소금세도 물려라", "산소세는 왜 안 뜯어가냐", "담배세 효과는 정말 있었나…" 서민들의 질타가 심상찮다.
▶천정부지 치솟는 물가에 일명 '보유세 폭탄'까지,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정치권에서 각종 증세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법인의 연간 소득에 1%를 청년일자리 조성을 위해 거둬들이자는 '청년세'부터, 환경보전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1당 8만원을 걷자는 '탄소세'까지…. 이들 세금법안에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억울하다.
나랏빛 1000조 시대, 국고가 바닥 났다는데…. 코로나 상황을 반영한다해도 씀씀이가 걱정스럽던 차에 들려오는 잇단 증세 소식, 일부에서는 "빚잔치가 시작됐다", "재난지원금 청구서가 돌아왔다"며 우려를 보낸다.
국가가 하는 일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대부분의 국민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국민들에게 '내가 낸 세금이 내 이웃의 생계를 위해, 내 나라의 발전을 위해 쓰여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설탕 권하는 사회, 그들만의 땅투기, 내로남불 정치싸움 등 잇달아 터져 나오는 씁쓸한 뉴스에 없던 믿음마저 무너지는게 사실이다. 소리쳐 본다. "세금 더 낼테니 믿음을 달라."
각설탕 3개가 들어 있다는데, 당장 커피믹스라도 끊어야 하나…. 고민도 잠깐, 속 답답한 뉴스로 도배된 현실속에서 달달한 커피 한잔과 초콜릿 한쪽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신비의 명약, 포기할 수 없는 위로다. 편집2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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