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린아 변호사 |
매일 세종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세종으로 자차 출퇴근을 하고 있다. 때로는 수원으로 청주로 천안으로 출장을 가며 장거리 운전을 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자차 운행을 한 지 10년 차가 돼 가는데, 운전을 하면 할수록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한순간의 실수로 가해자가 되고 범법자가 되며, 무고하게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등 교통사고 관련 민·형사 분쟁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나 자신이나 다른 차량 운전자의 운전 미숙, 보행자의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을 수시로 경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로교통에서 과실책임을 한정하는 법리로 '신뢰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교통규칙을 준수하는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도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으로 족하고 다른 사람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규칙을 위반해 행동하는 것까지 예상하면서 이에 대해 방어조치를 할 의무는 없다는 원칙이다.
대표적인 예로 운전자는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까지 예상해 사고 발생을 방지할 의무까지는 없다.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해 급정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서는 운전자, 보행자 등 교통에 관여하는 사람 모두가 교통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리이기도 하다.
모든 차량은 언제라도 '도로 위 살인 무기'가 될 위험성을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의 입장이든 보행자의 입장이든 우리 모두는 교통규칙을 숙지하고 준수해만 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헷갈리는 교통규칙이 종종 있는데, 이번 칼럼을 통해 재확인하고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첫 번째는 교차로 적신호 시(횡단보도 녹색불) 우회전에 대한 것이다.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져 있을 때 우회전을 하던 차량이 멈춰있을 경우 뒤차가 너무 당당하게도 경적을 울리며 항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일시 정지 하는 것이 맞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우리나라는 적신호 우회전 상황에서 일시 정지 의무가 없기는 하지만, 보행자가 없더라도 속도를 줄여야 하고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는 보행자 보호의 일반 원칙에 따라 일시 정지해야 한다.
며칠 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4월 17일부터는 우회전 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할 때'에도 일시 정지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요즈음 많이 설치되고 있는 회전교차로 통행방법에 대한 것이다. 회전교차로에서의 통행우선권은 회전차량(이미 회전교차로에 진입하여 주행 중인 차량)에 있으므로, 진입하는 차량은 잠시 멈춰 회전차량이 진행한 후에 교차로에 진입해야 한다. 또, 회전교차로에 들어갈 때는 왼쪽 방향지시등, 나올 때는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서 다른 운전자에게 주행하고자 하는 경로를 확실히 알려줘야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황색 신호로 바뀐 경우에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의 경우 황색신호에 정지선을 지나 교차로에 진입하는 경우에는 신호위반으로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고 발생 시에는 신호 위반으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황색의 등화로 바뀐 경우에는 차량은 정지선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해야 하며, 차량의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보통은 유턴이 가능한 곳이고 신호를 준수한다면 유턴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턴이 가능한 흰색 점선 전후로 황색 실선을 밟고 유턴하는 경우 중앙선을 침범한 불법유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나치게 차량 중심, 속도 우선의 교통 관행이 있었는데, 이제는 차가 아닌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 속도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나부터 조금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최린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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