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와 박영선 후보 캠프를 막론하고 의혹 추궁에 화력을 집중하는 반면 국민의힘과 오세훈 후보 측은 적극적인 해명과 정면 대응 보다는 공세 빌미 차단에 주력했다.
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내곡동 땅 측량에 입회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온 오 후보가 1차 TV 토론에서 "기억 앞에선 참 겸손해야 한다.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며 태도를 바꾼 것을 집중 부각했다.
그는 "땅의 존재와 위치를 모른다고 했던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며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 이제는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과거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부적절한 관계가 없었다'는 말이 연상된다. '기억 앞에 겸손하겠다'는 오 후보의 말을 뒤집으면 진실 앞에 겸손하지 않은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발언으로 진실을 비틀지 말라"고 쏘아 부쳤다.
박영선 후보 캠프의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오 후보가 어제 토론회에서 내곡동 땅을 몰랐냐는 질문에 '땅의 존재 자체가 마음속에 없었다'고 답했다"며 "처음에는 땅의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추궁했다.
국민의힘은 직접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권의 잇단 파상 공세에 해명하면 할수록 불필요한 공세의 빌미만 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애초 쟁점이었던 셀프보상 의혹에 대해 "땅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해명했다가 측량현장 참여 여부로 논란이 번진 점으로 미루어 이같은 대응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의혹을 말끔하게 정리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현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 측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당시 측량현황 보고서로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었만, 참석자 전원이 '입회인 서명'을 하지 않고 장인 1명만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고서 자체만 놓고 보면 양측 어느쪽의 주장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셈이다.
4.7 재보선은 내년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징검다리 성격으로 여야는 모두 사생결단 필승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K-방역 성과와 재난 지원금 등 코로나 극복 노력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려 승리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으로선 부동산 인국공 사태 등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이슈를 앞세워 정권 심판론 확산으로 압승을 거둬 정권 교체를 위한 모멘텀을 쓴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서울시장 선거전이 전체 4.7 재보선 전체 판세와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정치권 해석으로 여야 모두 총력전을 예고 하고 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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