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람 정치행정부 기자 |
대전시청을 담당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흥미로운 얘기는 단연코 허태정 시장과 관련한 얘기다. 세부적인 비율을 나눈다면 '그래도 한 번 더 하시지 않겠어요?'가 70%, '잘 모르겠네요'는 20%, 나머지는 노코멘트였다. 여기서 노코멘트는 부정적인 답변이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중립을 지키고자 답을 피한 사례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허 시장에 관해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 시청을 담당하기 전에는 내부 동향을 모르니 별 관심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허 시장은 내부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사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밑에 있는 직원들이 수장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논리가 들어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는 크게 2가지의 주요인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하나둘 성과를 얻어가고 있는 공약이었다. 비록 트램과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구상한 공약이 아니어도 현재까지의 진행 과정이 순조롭고 특히 지난해부터 혁신도시,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 시장의 활약이 돋보인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실 좋게 얘기한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충청권답게 허 시장이 우발적으로 일탈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전의 146만 인구의 리더가 워낙 신중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무모한 도전보다는 지금의 현상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인데, 사실 듣기 거북했다.
어감만 살짝 바꾼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려 하지 않고 그저 현재에만 안주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갑작스러운 업무가 많이 늘지 않으니 좋다'는 말로도 들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이론을 보면 도시는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좋음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고 했다.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말로 가장 완벽하게 좋음을 추구할 수 있고 그것이 국가라 칭했는데, 지역을 이끄는 특정 공동체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면 시민은 좋음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좋음을 다른 공동체에 뺏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에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살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낸 2000년 전의 편지가 누군가에게 닿기를./신가람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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