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혁 사장 |
삼국연의(三國演義)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평생동안 교과서로 여겼던 마오쩌둥(毛澤東)도 논쟁에 합류했다. 마오가 지방을 방문할 때면 그 지역 출신의 삼국지 무장들을 높게 평가해 지역 민심을 얻는데 활용 했다. 하북(河北)성에 가서는 一呂二馬 (일여이마:여포가 으뜸이고 마초가 두 번째)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시하고 一呂二趙 (일여이조:조자룡이 두 번째)라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섞인 순위를 발표하며 조자룡을 추켜 올렸는데 조자룡은 하북성의 상산(常山)이 고향이다.
여포의 무공이 제일이라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유비와 관우, 장비와 1대 3으로 맞붙어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지혜와 덕이 부족했고 결국 배신 때문에 죽임을 당한다. 무와 덕을 함께 갖춘 장수로는 관우가 첫째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에서 관우를 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장비는 비록 지략이 부족했지만, 여포에 견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조자룡 헌창 쓰듯 한다"는 속담은 장판파 싸움에서 조조의 대군 사이를 단기(單騎)로 누비며 50여 적장의 목을 벤 조자룡의 전설적인 활약에서 유래했다. 마초, 마속, 마량 등 마(馬) 씨 집안의 용맹도 대단해서 높은 순위에 오르내린다.
삼국지가 유비 중심으로 서술되다 보니 촉한(蜀漢)의 장수들이 고평가됐고 반대로 조조를 섬겼다는 이유로 야박한 평가를 받는 허저, 전위, 하후돈 같은 위(魏)나라 맹장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인의 실력은 전장(戰場)의 승패로 비교할 수 있지만, 도시의 경쟁력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전통적으로 교육, 교통, 상하수도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척도로 삼아왔는데 최근에는 주거와 일자리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한다.
살기 좋은 도시를 거론할 때면 항상 상위에 랭크했던 대전이 세종시 조성 이후에는 상대적인 소외감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선 7기에 접어들면서 혁신도시,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 중앙정부의 결단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드림타운은 2030년까지 1만 세대까지 확대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시민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려는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이 이루면서 일자리와 주거에 관련한 대전의 도시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에 따른 법적, 행정적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면 대전 출신의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조만간 유성구 구암동에서 드림타운 건설공사의 첫 삽을 뜨고 곧이어 대덕구 신탄진동, 동구 낭월동, 중구 대흥동 등 시내 곳곳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건설도 시작한다. 1만 호 건설까지 갈 길이 멀지만, 충분히 도달 가능한 계획이다.
주택과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마오쩌둥 같은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니라, '대전이 가장 살기 좋고 다른 도시들은 그다음' 이라는 一田二餘(일전이여)의 공식이 일반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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