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욕망의 대상, 아름다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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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욕망의 대상, 아름다움으로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3-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찌 보면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전쟁은 집단 간에 벌이는 무력 투쟁이다.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쟁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할까? 전쟁의 기원이나 탄생에 대하여 연구한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os)는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이며, 만물의 왕"이라고 했다. 동물의 왕국처럼 자연의 순환과 생태계조절 기능쯤으로 본 듯하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철학이 전쟁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조금도 옹호 할 생각은 없지만, 전쟁을 통하여 새로운 문화와 문물이 탄생되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조차 지금은 우호와 협력으로 해결해 간다.

평화 보전을 위해서도 전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 나은 평화를 지키려 싸우기도 한다. 약탈과 착취, 탄압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 않는가? 반대로 방어해야 하는 그것이 전쟁사유가 된다. 가장 빠른 시간에 원하는 것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종교와 이념, 국가 간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약육강식, 정복욕 등 지도자 성향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다. 상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나 판단에서 오기도 한다. 영토 확장 이유 역시 다양하겠지만, 그도 전쟁 시발점의 하나가 된다.

인류는 수렵과 유목 시대를 지나 농경사회가 되면서 일정한 곳에 정착하게 된다. 땅이 생활의 전부였으리라. 생명과 안식의 터전이었다. 돌아갈 곳이라 생각한 탓일까, 땅에서 위안과 평화를 얻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어떻게든 한 평이라도 늘리려는 게 두어 세대 전 우리네 생각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거기에 좁은 국토도 한몫을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밀도가 전 세계에서 24번째로 높다. 우리보다 밀도가 높은 나라는 대부분 소국이거나 도시국가이다. 자연스레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되지 않았을까? 가지고 있어야 안도한다. 묻힐 곳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뿌듯하다. 이러한 집착이 쌓이다 보니 투기가 성행하게 되지 않았을까? 지금은 굳이 땅이 필요치 않다. 시골에 가면 들리는 푸념이다. 원주민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임야는 거의 없다. 생활이 아닌 재산축적 수단의 하나로 활용된다. 갖가지 규제와 법이 있으나 실제상황은 많이 다르다.

정도를 넘는 쓸데없는 욕심, 탐욕이 더해진 것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삼독의 첫 번째요, 번뇌의 시작이다. 소유욕에 집착하게 된다. 집단 심리가 되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

투기는 집착 심리를 이용한다. 보다 저렴한 곳에 살아도 좋으련만, 기어코 값비싼 곳에서 살려한다. 없어도 불편이 없지만 꼭 소유하려 한다. 거래가 활성화되어야 먹고 사는 사람은 투기를 부추긴다. 각종 미사어귀가 동원된다. 투기 심리는 시장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도 피폐하게 만든다. 투기 자체도 그르지만,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하여 투기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 최악의 범법행위이다.

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땅 투기 문제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전수조사니, 법 제정이니 하며 대통령은 물론, 국회,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경찰 등 관련 기관이 총 동원된 듯하다. 어디 까지 밝혀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개발지역 발표직전 수년간 토지 거래내역을 살피면 될 일 아닐까? 오래전 이야기를 들출 필요도 없다. 직무관련자에게 물어본다고 정확한 답을 주겠는가? 친인척 및 차명 거래 내용을 자백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조사하는 척만 하는 것은 아닐까? 야단법석만큼 투기 근절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회는 재빠르게 관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 공사법, 공직자 윤리법 등 투기방지법의 처벌 내용을 대폭 강화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말대로 "개발정보를 빼서 사익추구를 하고 이로 인해 자산가치가 증가한 것이 명백하면 범죄로 얻은 이익"(2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으로 환수되어야 마땅하며, 중대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소급 적용이 빠져, 정작 투기 의혹을 불러일으킨 LH 직원은 새로운 법에 저촉되지 않는 모양이다.

홍수처럼 전해지는 투기관련 뉴스를 접하며 정리해 본 생각이다. 규제가 문제가 아니다. 마음부터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다시 헤라클레이토스 말이다.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 우리는 같은 땅위에 살고 있지만, 그 땅의 의미는 예전과 다르다. 인류 의식도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즐거움이 어디 소유에서만 오겠는가? 아름다움으로 채우자. 빈 주머니가 커야 더 크게 얻는다. 진화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듯, 더 고운 것을 채우기 위해 물욕은 최대한 비우는 것이 어떠한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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