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중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중 라이브? 차트를 달리는 여자'라는 주제 아래 연예계 대표 효자 효녀 스타들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서 효녀 스타 13위에 오른 수애는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가족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다.
여기서 그녀는 "주변에서 왜 연기하냐고 묻는다면 가족 때문이었다"며 "구두닦이 일을 하신 성실한 아버지가 딸의 앞길에 방해가 될까 걱정되어 자신의 직업을 숨겼다"고 고백했다.
수애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야겠다는 자식의 당연한 효심(孝心)이 발아(發芽)한 때문으로 보였다.
반대로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직업이 구두닦이라는 자격지심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루가 다르게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딸의 앞길을 막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그처럼 직업을 숨겼을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동의하는 바 커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필자는 최근 네 번째 저서 '초경서반'을 발간했다. 이 책의 P.70에 '집을 나간 엄마는'이라는 장면이 나온다. 필자가 소년가장 시절에 겪었던 구두닦이 소년 경험의 아픔이 공개된다.
이 실화는 이미 내 아이들도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도착한 책에서 봤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다. 그만큼 당당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전력이 비단 구두닦이만 한 게 아니다.
신문팔이와 우산장사, 막노동 등 하층민이 겪는 고생이란 고생은 안한 게 없다. 작년까지는 대표적 을(乙)의 직업이랄 수 있는 경비원으로도 일했다.
그마저 직장 상사의 갑질로 인해 그만 두고 현재는 '삼식이'로 가자미눈의 아내 눈치를 살피느라 바쁘다. 이러한 과정 역시 '초경서반'에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가난해서 중학교라곤 문턱도 넘지 못한 무지렁이가 오늘날에는 4권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 다수의 기관과 언론에서는 시민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이 특이한 약진(躍進)은 30년의 독서와 독학, 끊임없는 20년 글쓰기의 협업(協業)이 가져다 준 결실이다. 다만 직업이 비루한 곳만을 점철한 탓에 살림살이는 여전히 가도벽립(家徒壁立=가난한 집이라서 집 안에 세간살이는 하나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뜻)으로 군색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데도 아이들은 이 부족한 아버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앞으로도 저서를 계속하여 출간코자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나의 이야깃거리들은 아직도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효자 효녀를 둔 집안은 그 자체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구처럼 부동산투기와 도박 따위는 근처에도 안 갔다.
그럴 여력도 없었거니와 평소의 또 다른 신앙이 '산이 가파르면 무너지기 쉽고 연못이 차면 넘치기 쉽다'였기 때문이다. 이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반성을 모르는 사람에게 던지는 일종의 경고장이다.
예컨대 작금 문제가 되는 LH 직원과 일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연중 라이브 ? 차트를 달리는 여자'를 통해 밝혀진 '효자 효녀 스타 5위'에서 5위~1위는 다음과 같다.
5위는 개그맨 이휘재, 4위엔 개그우먼 이영자, 3위는 가수 별, 2위는 가수 현숙, 1위엔 배우 심형탁이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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