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대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세상 풍조에 흔들리지 않고 사는 단단함은 수없이 흔들리는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만 얻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새로움은 늘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함부로 혁신을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리더는 고통을 감수하여 새로움을 여는 사람이지 고통을 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이 리더라면 자신 안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밖으로 나와 자신의 속을 낯설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익숙한 자신 때문에 자신이 망가지는 모습을 자신의 밖에서 보아야만 익숙한 삶에서 익숙하지 않은 삶으로의 이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리더는 거룩한 삶을 먼저 체험하여야만 합니다. 속 좁은 인생에서 속이 넓은 인생으로 가는 길에 우리 모두가 서기를 바라니까요.
거룩한 삶이 언제 내 속에서 드러날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 안으로 초대하고 싶은 초대장을 여러 번 보냈는데도 내 안에 들어온 마음들이 없어서 홀로 무진장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홀로 외롭게 사는 내 모습이 제대로 사는 것은 아닌 듯해서 아침마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고요하게 거룩한 책을 씹으면서 읽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이 시간이 자신만을 위한 거룩한 시간입니다. 이 거룩한 시간이 익숙한 삶에서 새로운 삶으로의 이동을 할 힘을 지니게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내 안에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어왔을 때 일어납니다. 내 안에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어오면 불편합니다. 배려와 관용으로 마음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삶은 나누기와 제거하기에서 드러납니다. 자신의 것을 나누고 이기심과 자기중심을 제거하는 것에서 관용과 배려가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봄꽃을 마주하기 위해 고통 속에서 움직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사순절기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40일간 광야에서 훈련을 받으신 예수님처럼(마르코복음1:12-13, 루가복음4:1-13)' 우리가 사순절기를 거룩한 삶으로 세울 길이라는 것입니다. 외롭게 홀로 사는 자신을 위한 거룩한 시간을 갖는 것이 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약 4000여 명의 영어 원어민교사를 채용해 각 학교에 배치 합니다. 문득 이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자기의 나라로 돌아갈 때 어떤 감정을 가지고 돌아갈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고 자발적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홍보 요원이 되는 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대다수의 한국교사들이 원어민 교사들과 영어로 대화하기를 어려워하고 영어를 못하면 사람들에게 판단 받을 까 두려워 등을 돌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인 영어교사까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영어를 잘하면서도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년간 한국생활을 한 후에 원어민교사가 갖는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어떠하겠습니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성찰이 많이 필요한 우리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 안에 들어오게 하는 환대의 삶이 아직 덜 준비된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그래서 거룩한 삶이 되지 못하여 서러운 우리의 삶이라면 이제라도 자신만을 위한 의식을 찾아 세우는 자는 것입니다.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우리의 가슴을 여는 의식으로부터 하루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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