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하 실장 |
이번 주부터는 벚꽃 상춘객들이 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우리 지역경찰관도 근무를 무사히 마치면 휴무를 어찌 보낼지 '소확행'을 상상한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간밤에 일어났던 112 신고사건이다. 대전은 하루평균 1500건 정도 신고가 들어온다. 정인이 사건 이후 가장 신경 쓰며 보는 사건은 '아동학대'이다. 그다음 매일 2~3건의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다. 그리고 Code-0 사건이 적정하게 처리되었는가에 있다. 그 후 경찰관 관련 언론 보도를 살펴본다.
하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관의 현행범체포가 위법하다며 징계를 권고했으나, 경찰관의 제소로 법원이 징계권고를 취소하는 뉴스를 봤다. 필자는 무슨 사건이길래 그 내용이 궁금해 좀 더 찾아봤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9년 6월 말 오전 5시 반경, 경북의 한 도시에서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 4명이 출동했다. 만취해 노상에 잠들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으나 그는 경찰관에게 욕설하면서 폭행을 하려 손을 휘둘렀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파출소로 인치했다. 체포와 인치 과정에서 경찰관은 안경이 떨어져 파손됐으며, 손가락 골절 등 5주의 상해를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검사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주취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가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등으로 인한 침해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경찰서장에게 출동 경찰들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권고했다(19진정0609400). 그러자 이번에는 경찰관이 법원에 징계권고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3090).
필자는 위 사건에서 관심을 가진 곳은 모욕과 체포의 필요성 두 가지이다.
주취자의 최초 '경찰관 모욕'은 정당한가?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경찰의 모욕죄 현행범 체포가 부당하다며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경찰청은 경찰관에 대한 모욕죄 사건처리를 독려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경찰권 남용을 감소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경찰청은 단순 모욕죄의 현행범체포를 금지하면서도, 장기간 지속하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양형에 가중되도록 수사보고 하라고 지시했다. 필자가 2017년 대전권 경찰서 모욕죄의 현행범체포 통계를 살펴보니 경찰서별 월 1건으로 자제하고 있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부당거래 대사처럼, 경찰관에 대한 모욕은 피의자의 권리처럼 인식돼 버렸다. 문제는 위 사례처럼 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위원들조차도 경찰관 모욕을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는 데에 있다. 이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 없다. 최소한 결정문에는 도와주러 간 경찰관에게 행한 최초의 모욕은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경찰관 모욕죄로 현행범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어느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debet esse judex in propia causa)'라는 법언에 있다. 하지만 모욕과 더불어 경찰관의 멱살을 잡거나 모자를 쳐서 떨어뜨리거나 주먹을 휘둘러 경찰관을 뒷걸음질 치게 하거나 실제 상해를 가할 때에는 체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때에 경찰관에게는 체포의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관 폭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체포의 필요성(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을 논하는 것은 논점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다시 꽃피는 봄이다. 휴무일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힐링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현장경찰관들을 힘들게 하는 주취자 문제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휴무일에는 머리 개운한 상태로 가족과 함께 상춘객 중 한 명이 되기를 기원한다.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 유동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