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사전 의견수렴 과정 없는 갑작스러운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대전시는 충남 아산시민의 사례를 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이해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23일 시에 따르면, 정부는 북대전 나들목과 인접하고 충청권 다른 시·도에서 접근하기 쉬우며 주택가와 떨어진 거리 등을 고려해 LH 연수원을 코로나19 충청권 생활치료센터 장소로 확정했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운영되던 기존의 충청권 생활치료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충남경찰청 측이 경찰 교육 등 본연 업무를 위해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이를 받아들여 오는 31일까지만 사용하기로 했다.
경찰인재개발원에는 지난해 1월부터 중국 우한 교민을 비롯해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민 1500여명이 입소해 치료를 받았다. 당시에도 충남 일부 아산시민들이 사전 설명과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설득을 통해 사안의 중대성에 공감하면서 확진자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였었다.
중수본은 국립천안우정공무원교육원 등 생활치료센터 후보지를 고민하던 중 지난 18일 최종적으로 LH 대전연수원으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지자체의 협의를 통해 대전시에서 4월부터 8월까지 운영하기 했으며, 이후 다른 지자체로 이전을 다시 협의해야 한다.
이번에 생활치료센터로 확정된 LH 연수원은 153실 규모를 갖추고 있다. 운영 요원이 60실을 쓰고, 나머지는 1인 1실 형태로 코로나19 경증 환자가 사용한다. 최대 14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문제는 주민들이 지난 22일이 돼서야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전민동 이모(39) 씨는 "어제 얘기를 들었는데,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사실을 알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주거생활권이랑 멀다고 하는데, 연수원 인근에 주민들 대다수가 이용하는 산책로가 있을 정도로 가깝다"고 말했다.
23일 직접 찾은 LH연수원 옆은 많은 시민이 지나가는 산책로로, 3~4m 옆에서 창문을 통해 연수원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에 시는 산책로 인근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주민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생활치료센터 개소일을 늦추고 시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 이전을 하면서 급작스럽게 진행한 부분이 있는 점을 인정한다. 안전성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많아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의견수렴과 이해를 위해 중수본에 2∼3주가량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요청한 상태다. 이번 주 목요일에도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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