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3강 권심상수(權心常守)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63강 권심상수(權心常守)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3-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63강의 : 權心常守(권심상수) : 권력자의 마음은 항상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데 있다.

글 자 : 權(권세 권 / 저울추 권) 心(마음 심) 常(항상 상) 守(지킬 수)

출 전 : 오상원 우화(吳尙源 寓話)

비 유 :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권력자는 항상 권력을 지향한다.





인간의 욕망(慾望)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강렬한 욕망의 끈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인간의 욕망 중 식욕(食慾)과 성욕(性慾)은 나이와 더불어 쇠퇴(衰退)되는데 권력욕만은 오히려 더 강(强)해진다. 그 현상을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政治)에서 절감(切感)할 수가 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정자(爲政者)들,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키고자하는 아세(阿世)의 비겁자들. 이들 모두는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치 못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동물 나라에서 호랑이(임금)가 노경(老境)에 접어들자 금은보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옥좌를 더듬다가 불현듯 자기의 권좌(權座)를 노리는 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급히 산속의 짐승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임금의 명령이 떨어지자 많은 짐승들이 다투어 달려와서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긴급 소집된 동물들은 하나같이 "부르심을 받자옵고 황급히 달려왔사옵니다. 무슨 급히 처리하실 분부라도?"라고 말하자 호랑이 임금은 위엄을 갖추면서 주위를 한번 휙 둘러본 다음 "빠진 자가 없으렷다?"하고 물었다.

호랑이는 표범의 얼굴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의식해서 한 말이었다. 그러자 눈치 빠른 여우가 말했다. "표범 어르신께 전달을 했으나 출타 중이라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 같사옵니다."

이에 호랑이 임금은 매우 불쾌한 듯 입속에서 큰 숨을 한 번 쉬고 난 다음 입을 열고. "짐(朕)이 그대들의 도움을 받아 권좌에 오른 후 참으로 긴 세월이 흘러갔다. 이 긴 세월 동안 과인이 무한한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과인을 잘 보좌한 노고 때문이라는 것을 과인은 잠시라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과인도 노경에 접어들고 보니 하루하루 기력은 쇠약해지고, 사리를 판단하는 능력 또한 예전과 같지 못하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보다 강력하고 총명한 후계자를 골라 이 권좌를 물려주려고 한다.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잠시 후 무거운 침묵을 깨고 여우가 먼저 아부(阿附)가 섞인 어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임금님의 그 깊으신 뜻을 모르는 바 아니오나 부디 그 결심을 거두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예로부터 임금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찌 자기의 노쇠함을 탓하여 나라와 백성을 저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하오니 그 뜻을 거두어 주십시오"라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호랑이 임금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다시 늙은 산양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인은 그대의 깊은 경륜을 늘 높이 존중하고 있다.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물으니 산양이 말하기를 "제 뜻도 같은 줄로 아뢰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호랑이 임금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노련한 늙은 산양은 호랑이 임금이 여우의 말을 듣는 순간 호랑이의 입가에 흘린 만족스러운 웃음의 뜻을 놓치지 않았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때 늦은 표범이 헐떡거리며 당도했다. 호랑이 임금은 표범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늘 마음속 깊이 그대를 후계자로 점찍어 왔었다. 자,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황송하옵니다." 표범은 일단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당당하게 말했다.

"예로부터 어진 자와 어리석은 자의 차이는 자기를 알고 모르는 데 있다 하였습니다. 영광이 다하기 전에 자리를 물러나면 길이 영화를 누릴 수 있으나, 영광이 다한 연후에 물러나면 남는 것은 회오(悔悟)와 모멸(侮蔑)뿐이라 하였습니다"라고 바른 말을 하자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모인 모두가 과인의 뜻을 거두도록 만류하는데 그대만이 그렇지 않으니 남은 길은 오직 하나뿐이로구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호랑이 임금은 표범을 한 입에 물어 쓰러뜨리고 나서 한탄하듯 말했다.

"과인의 뜻은 그렇지 않았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지금 과인은 이보다 더 슬플 수가 없구나! 바라건대 앞으로는 과인이 또 다시 이런 슬픈 일을 겪지 않도록 하라."

본 우화의 풍자는 비록 동물이지만 권력을 놓을 수 없는 절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권위에 도전하거나 자기의 자리를 넘보는 자는 가차 없이 그에 상응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권력이 있는 자들은 국민이다. 국민을 무섭게 아는 권력자가 현명한 권력자인 것이다.

조선의 외천본민(畏天本民)의 정치철학을 가졌던 세종대왕이 진정한 지도자임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천심(天心)은 곧 민심(民心)으로 세종은 민심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던 위대한 지도자였다. 오늘의 위정자들이 꼭 배워야 할 정치적 스승임에 틀림이 없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