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환 법무법인 지원 P&P 대표변호사 |
차량의 효용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차는 현대사회에서 주요 운송수단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를 예방하자고 차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로에서의 차량과 보행자의 공존은 어렵기만 한 것일까.
20여 년 전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필자가 살던 동네에도 승용차, 화물차를 불문하고 부주의한 과속운전이 만연하여 교통사고 가능성이 높은 내리막길이 있었다. 사고 방지 차원에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었으나, 카메라 또는 점멸등과 같은 신호등은 경찰서와 협의해야 하므로 설치가 어렵고, 보행자 통행로의 경우에는 예산 문제로 어렵다는 형식적 답변만이 돌아왔다.
필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마침내 내리막길 중간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내리막길에서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여 사고를 예방하자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감속을 하지 않은 상태로 과속방지턱을 넘어 차량이 파손되었다거나 과속방지턱을 피하려다 오히려 사고가 날 뻔했다는 등 운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과속방지턱을 설치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철거를 결정하고 말았다.
차량의 빠른 이동에서 오는 시간단축의 편익과 교통사고의 예방 중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할까. 교통사고 예방 대신에 생명을 지키거나 구하는 행위를 대입한다면 어느 것이 우선일까. 간혹 방송에서는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구급차가 지나갈 길을 터주어 생명을 구했다는 미담이 소개된다. 운전자가 운행 중 주의의무와 교통법규를 지키는 행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행위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혹자는 처벌 강화라는 대책을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가중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민식이법', '하준이법'처럼 사고가 터지고 나서의 사후 약방문식 법령개정이나 그 때뿐인 단속 강화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소중한 생명과 소중한 가족을 잃은 후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고 발생 이후 처벌에 주안점을 둔 개정보다는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생명 중심의 능동적인 행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나서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학로의 점검과 개선을 위한 예산을 선집행하거나, 통학로 이용자의 시각에서 문제점을 먼저 찾아내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차량의 종류와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운전자들 역시 본인 스스로 행한 교통법규 준수 및 주의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 곧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일념을 갖고 자동차 운행에 임하기를 바란다.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 P&P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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