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나름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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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나름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인생

  • 승인 2021-03-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작가 이야기 접하다보면 다반사로 역경이 따라다닌다. 정말 예술가의 빈곤 비율이 더 높을까? 그런 통계는 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부탁도 했을까?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 2011년 별세한 박완서 작가의 말이다. 시대적 빈곤과 아픔이야 본인도 거쳤을 것이다.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말년에 좀스럽게 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가난에 시달리는 무명작가의 고단한 삶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리라.

살아생전 딱 데생 한 점밖에 팔지 못했던 고흐, 그는 800점 이상 유화와 700점 이상 데생을 남겼다. 단지 작품을 통하여 무엇인가 남에게 전달하고 싶은 일념뿐이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죽어서야 엄청난 가격으로 세상을 떠돈다. 현실은 어떤가? 시집 팔아 생계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팔리는 시집조차 흔하지 않다. 그림 전시로 돈이 되지 않는다. 전시비용 감당도 어렵다. 무대 예술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관객보다 출연자가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종사자 대비 생계유지가 가능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흐가 동생 테오의 도움에 의지했던 것처럼, 예술가 중에는 본의 아니게 배우자나 일가친척에 의지하여 사는 경우도 많다.

가난은 예술가의 숙명인지 모른다. 평범한 일상생활로 새로운 가치창출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훈련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특별한 환경과 체험이 창작활동에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생활고도 특별한 체험 세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은 생활용품처럼 일정하게 유통되지 않는다. 필수불가결한 용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도 고르지 않다. 노동 대가가 아닌 정신 가치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무명작가 작품은 대가는 고사하고 아예 팔리기조차 않는다. 대가가 전무하다.



작가가 재물에 집착하다 보면 창작활동과 거리가 멀어진다. 창작활동의 주된 내용은 독창성이다. 일상성과 거리가 멀다. 새로운 가치 탄생은 집중해도 될까 말까한 고난이성 사유와 행태에 의존한다. 더구나 새로운 가치를 넘어 미래가치 추구다.

일시적 인기에 영합하거나 호응하는 것도 태생적으로 싫어한다. 타락으로 생각한다. 작품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독창성과 거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에게 자신의 창작세계가 흔들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혼을 파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기 작가에게 때때로 쏟아지는 비난 이유다.

고흐작품을 사지 않아도 다양한 경로로 전해지는 미적 감흥을 보고 누구나 즐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필요한 무한한 자산임은 분명하다. 보다 풍요로운 삶이 된다. 노동 대가가 없다고 생계비를 지원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작품 활동 지원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예전에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저마다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좁혀서, 모든 예술가의 창작세계를 접할 수도 없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어떤 사건에 의해 인구에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미나리'도 그렇다. 더불어 배우 윤여정도 연일 화제다.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일 조차 최초의 사건이기 때문이리라. 시상식은 4월 26일이다. 수상자가 모두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온갖 칭송과 미담이 오간다.

떠도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니, 음미해 볼 이야기가 많다. 혼탁한 물 정화시키고 순환계 질환 다스리는 미나리와 같다고나 할까? 솔직 담백한 이야기도 마음에 와 닿는다. 몇 가지만 추려보자.

본인 스스로 생계형 배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예술은 잔인한 것. 예술가는 배가 고프고 돈이 급할 때 좋은 작품을 만든다. 화가들을 봐라. 명작들은 배고플 때 나온다"라며 배우 역시 급할 때 연기를 잘한다고 한다. 어려움에 시달린 진솔한 고백이요 성찰 아니겠는가?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것 같고 그런데, 다 아프고 다 아쉬워." 고난 또한 삶의 동반자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하나 더 보자.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지난달 미국 주간지 '옵저버'와 인터뷰할 때 한 말이라고 한다. "상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겐 새로운 일과 프로젝트가 보상이에요. 물론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순간엔 매우 행복하겠죠. 하지만 저는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새 직장을 구하면 그게 제 보상입니다." 이보다 절절한 말이 있으랴.

그렇다고 마냥 찌들어 살려 하지도 않는다. "살다 보니 힘들어서 사람도 웃기고 즐거운 애들만 만나요. 심각하게 앉아서 영화를 논하자는 애들은 멀리 피하고……." "난 웃고 살기로 했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아끼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한다.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되더라 면서 계획이 없다고도 말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란 말로 들린다. 그렇다고 주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 같이 살다 가면 된다"고 주장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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