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인수공통 감염병을 예측하는 미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조나 마제트 UC 데이비스 감염병학 교수는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일회성 사태가 아니라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바이러스 공격의 하나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야생에서 인간으로 옮길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는 50만 종으로 추정하면서 지금까지 밝힌 바이러스는 0.2%뿐이므로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이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발생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기후변화로 인간이 야생생태계를 침범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파괴하면서, 야생에 있던 바이러스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인간으로 옮겼기 때문에, 감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세계 공중보건과 교육문제에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의 빌 게이츠가 최근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종합적이며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내용을 제시했다. 빌 게이츠는 개발도상국의 에너지빈곤 문제에 고민하면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물리학·화학·생물학·공학·정치학·경제학·재무학 등 모든 관련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다. 현재 매년 생산하는 온실가스 총배출량(510억t) 가운데 제조공장(총배출량 510억t의 31%), 전기 생산(27%), 농업(사육과 재배 19%), 교통과 운송(16%), 냉난방(7%) 분야별 구체적인 설명과 혁신기술을 제시했다. 그는 배출량 제로달성은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지만 국가와 기업·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국제협력의 필요성, 과학의 뒷받침 등을 강조했다.
'2050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 때 설정한 목표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기온 상승치를 1.5도 아래로 낮추어 기후붕괴를 막자는 것이 요지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이미 기온이 1.1도 높아져 있어 1.5도까지는 0.4도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기후시스템은 열(熱) 관성이 있어 온실가스 증가를 막더라도 이미 대기에 축적된 온실가스의 가열효과로 향후 수십 년 동안은 추가로 0.3~0.6도 기온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에너지를 사용하면 그때는 지금보다 3~5배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후 팬데믹이 인류에게 미칠 파괴력은 코로나 팬데믹보다 훨씬 클 것이므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비해야 한다. 온실가스 총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 세계 4인 우리가 문제다. 유엔과 국제사회에 가장 혜택을 받은 우리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약속한 2030년에는 온실가스 예상배출량의 37%를 줄이겠다는 약속과 2050년 탄소중립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고민할 때다. 기후 팬데믹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줄이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수록 서둘러야 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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