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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노래 가사다. 가만히, 천천히 음미해보자. 소름끼친다. 무섭다. 이것이 어떻게 노랫말인가. 피가 흥건하고 검은 몸뚱이가 매달린 채 흔들리고 살덩이를 태우는 냄새, 그것을 까마귀가 뜯어먹는 상황. 이 상황을 상상만 해도 얼마나 엽기적인가. 이 '아름다운 노래'는 빌리 홀리데이의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다. 노랫말은 끔찍하고 처절하지만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는 왜 이다지도 매력적인지. 미국 흑인들의 '전유물'인 재즈와 블루스는 고통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같다. 진창에서 피어나는 연꽃 말이다. 예술은 고통의 결과물이다. 그렇더라도 미국 흑인 노예의 역사는 너무도 참혹하다. 같은 인간이지만 백인에게 흑인은 동물이었다. '이상한 열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른바 흑인 린치 사건. 1900년대 초 백인들의 흑인 린치는 공공연히 자행됐다. 그 중 '샘 호스' 사건은 많이 알려진 예다. 흑인 노동자 샘 호스가 백인 농장주를 죽인 것이다. 임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농장주가 총으로 위협하자 샘 호스가 도끼로 백인 남성을 죽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백인들은 샘 호스를 샘 호스를 잔혹하게 린치하고 나무에 매달았다. 이 장면은 사진으로도 전해진다. 백인들은 나무에 매달린 흑인의 주검을 마치 전시장의 물건을 감상하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이다. 잘 차려입은 여성과 아이들도 꽤나 재밌어한다. 덧붙여 백인들은 있지도 않은 거짓을 만들어 샘 호스에게 덮어 씌웠다. 농장주 부인을 샘 호스가 강간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미국의 시대 상황은 흑인들의 노예 해방이 한참 전에 이뤄졌지만 흑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야만적인 상황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건 큰 모험이었을 거다. 빌리 홀리데이가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떤 마음이었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회에서 흑인들은 백인을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했다. 로자 파크스는 버스 안에서 백인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운전사에게 경고를 들었다. 그렇지만 파크스는 당당히 맞섰다. 이렇게 하나하나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시도를 감행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모멸감을 겪으면서 저항하는 여정은 멀고도 고단했다. 21세기 현재도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아니, 더해진 건 아닌가하는 우려감이 든다. '이상한 열매'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저항과 분노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다. 무섭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노래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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