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on]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갑자기 달려드는 강아지들… 시민 "견주들, 단속 신경도 안 써"

서구의 한 공원, 목줄 풀려있는 강아지들이 인도 활보
매번 구두주의 이뤄지니 시민들 심각성 인지 못해
시 "안내 방송, 집중 단속 등 적절한 방안 검토할 것"

15일 서구 대전시청 인근 공원에서는 애완동물들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강아지들이 갑자기 저희 아이들한테 달려들어서 놀랐네요."

15일 오후 3시 서구 대전시청 부근 공원에서는 봄 날씨를 만끽하며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인파를 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40명이 넘는 사람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고, 공원 한가운데서는 10명가량이 모여 서로의 애완동물들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목줄을 착용한 애완동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는 건 상관없지만, 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애완동물이 공원을 넘어 인도까지 활보해 불편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구 탄방동에 사는 김규난(34) 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가끔 강아지들이 유모차에 달려든다"며 "강아지 주인들은 '괜찮으니 겁먹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도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요즘에는 해당 공원을 피해 지나간다"고 말했다.

국내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목줄 미착용에 대한 벌금은 1차 20만 원, 2차 30만 원, 3차 5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공원에 1시간 동안 머무는 동안 목줄을 착용하지 않는 강아지는 15마리에 달했다.

15일 서구 대전시청 인근 공원에서는 애완동물들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공원 내 순찰이 이뤄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공원 순찰'이라는 옷을 입은 서구청 관계자가 공원에 들어와 '잔디 보호구역은 들어가지 말아달라',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강아지는 목줄을 착용해달라' 등 주의를 주기도 했다. 불법 과태료 등 명확한 법적 규정이 있는데, 매번 구두로만 주의하라고 하다 보니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일부 시민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 A 씨(44)는 "6개월 전에도 저런 방식으로 단순하게 말로만 주의하라고 경고했었는데, 정작 상황은 그때보다 더 안 좋아졌다"며 "구두주의를 받은 그때만 잠깐 목줄을 착용하지 단속 여부는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와 각 구청 관계자들이 단속하고는 있지만, 단속반들이 현장에 계속 머무를 수도 없고 구두주의를 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공원 내 안내방송, CCTV 등 적절한 방안을 검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