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내를 두고 젊은 아름다운 점원을 흠모하는 상점주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빠져 운명의 사랑이 나타나길 꿈꾸는 소녀, 음산한 비밀을 감춘 사디스트 의사, 타인을 죽이고 그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남자.
토스카나 지방 어딘가에 있는 상상 속 마을 '레 카세(Le case)'을 배경으로한 '불만의 집'은 이처럼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여기에 2차 대전 시기과 폐광된 마을이라는 시대상을 통해 시골마을의 폐쇄성과 이를 통한 인간의 이기심을 그리고 있다.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기대주로 떠오른 사샤 나스피니의 장편소설 '불만의 집'이 출간됐다.
소우주 같은 마을 레 카세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1차 대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시간의 경계를 넘어 배신과 도피, 실종, 갈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오래전에 도망치듯 떠났던 사무엘레 라디가 다시 마을에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파란을 담고 있다.
소설 속에서 각 장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하며 자신의 처지와 사연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방식은 영미 소설의 대가인 줄리언 반스의 '내말좀 들어봐'를 연상시킨다.
소설 역시 한 인물의 시선으로 설명된 사건이 곧 다음 화자를 통해 재해석되거나 뒤집히는 반전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큰 줄기와 작은 줄기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마을의 비밀은 단테가 그려낸 지옥과도 맞닿아 있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 받는 '불만의 집'은 출간 2개월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이 결정되기도 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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