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秉(잡을 병) 燭(촛불 촉) 之(갈 지 / ~의) 明(밝을 명)
출 처 :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건본편(建本篇)
비 유 : 늙어서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촛불을 밝혀 환한 것과 같다. 이는 만학의 즐거움을 뜻하는 의미로 늙어서도 배우기를 좋아함을 비유한 말이다.
※ 인터넷에는 병촉(炳燭)으로 된 문장으로 소개된 것이 많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모든 면에서 노쇠현상(老衰現象)이 일어난다.
특히 노쇠현상은 도전이나 창조적인 면에서 아예 포기하고자 하는 성향이 두드러져 자신감마저 잃어버리는 정신적 쇠퇴마저 불러오게 된다. 한편, 마냥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만 늘어나 만년(晩年)의 삶을 추(醜)하게 마무리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늙어서 눈이 어둡다는 핑계로 손에서 책을 놓아서는 안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는 깊어지며, 밤이 깊을수록 촛불은 밝아진다. 이것이 바로 병촉지명(秉燭之明)의 삶이다.
조그마한 촛불 하나가 빛을 발한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주위를 환하게 밝힌다. 시인들은 그것을 겉으로는 눈물짓고, 속으로는 빛으로 발한다고 멋지게 표현한다, 곧 타인을 위한 희생으로 상징한다. 여기에 박노해(朴勞解)시인은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촛불의 생명력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로 사그라지는 절망 속에 희망을 갖다 주는 존재로 표현한 것이 초의 불꽃(秉燭)이란 성어라 할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군주인 평공(平公)은 비록 앞을 보지 못하지만 천재적으로 뛰어난 맹인(盲人)악사(樂士)인 사광(師曠)을 옆에 두고 있었다. 어느 날 평공이 푸념 섞인 말로 "내 나이 이미 칠십!, 공부를하려 해도 아마 저문 듯하구나!"하니, 사광이 "촛불을 켜고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평공이 언짢아 하자 사광은 젊어서 공부를 좋아함은 떠오르는 해와 같고,(少而好學 如日出之陽/소이호학 여일출지양), 장년에 공부를 좋아함은 중천에 뜬 해와 같으며,(壯而好學 如日中之光/장이호학 여일중지광), 늙어서 공부를 좋아함은 저녁에 촛불을 밝히는 같습니다.(老而好學 如秉燭之明/노이호학 여병촉지명) 라고 하면서 "촛불을 밝히고 길을 가는 것과 캄캄한 길을 불 없이 걸어가는 것이 어찌 같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에 평공은 "좋구나!" 라고 말했다.
이 교훈을 일러 "병촉지명(秉燭之明)"이라 한다.
촛불의 밝은 빛을, 늙어서도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좋아함을 가리킬 때 쓴다.
결국 공부는 오히려 여가가 있는 노인일 때 열심히 하여, 지니고 있는 경험과 연계시키면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생토록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늙어서 책 읽는 재미는 어떤 즐거움보다 만족하다.
공자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知 不亦說乎!)'라고 배움의 즐거움을 논어의 맨 첫 문장을 통해 그 심정을 토로하며 권하고 있다.
진평공은 즉위 초기에 초(楚)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실추됐던 진나라의 국위를 회복시켰던 사람이다. 여기에 사광은 타고난 맹인이라는 설도 있고, 음악을 위해 스스로 눈을 멀게 했다는 설도 있는데, 음악의 달인(達人)이었을 뿐만 아니라 박학다문(博學多聞)하고 지혜가 깊어 높은 벼슬자리에 올랐으며, 임금에게 훌륭한 정치적 조언을 많이 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데도 큰 공헌을 했다.
근래에 인간의 고령화(高齡化)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노인들의 건강관리와 사회복지가 선결과제지만 노인들이 하는 일 없이 여생을 허송세월하는 것도 큰 문제다. 나이를 먹으면 배우는 것도 힘들고 공동체 생활에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난날의 경력과 축적된 지식을 마음껏 활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늙어가면서 배움과 진취적 자세는 오히려 사회에 활력을 주는 생명수와 같다. 의학적으로도 배움은 뇌에 활력을 주어 치매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삶에 의미를 주어 건강성을 유지하게 한다. 많은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여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데 큰 보탬이 되는 존재로 남으면 좋겠다. 단순 취미활동과 무기력의 대상으로 남아 어두워지는 삶에서 빨리 벗어나 노년의 삶이 즐겁기를 기대해 본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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