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이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특검과 전수조사를 주장하고 나섰고, 야당 후보들은 검찰이 먼저 수사해야 한다고 맞서는 모양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특검법 제정 이전의 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먼저 수사를 진행하면서 특검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 해답으로 보인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임직원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 목적 외 토지취득을 금지'하고, 'LH 임직원의 토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시로 투기를 예방·관리'하며, '사업지구 지정 전 임직원의 토지를 전수조사하고, 투기 적발 시 인사 조치와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생각나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동안 정부는 저렴한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해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신도시들을 개발해왔다. 그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발지구 인근의 부동산을 대량으로 매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정 총리가 제안한 부동산 투기대책 방안은 대부분 현행 제도 내에서도 이미 시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제껏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를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많은 아쉬움이 든다.
며칠 전 LH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으로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진다',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실 필자도 LH 임직원은 다른 국민보다 먼저 신도시개발 등 많은 부동산대책 관련 정보를 접할 것이고, 그것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 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저 글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는 LH 임직원도 그것이 주변에 만연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쩌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일 주식이었다면 회사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차명투자라도 저렇게 안이한 생각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동안 LH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하면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동안은 부동산 투기가 대규모적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진보정권은 민간 주도의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할 경우의 부작용 즉, 도심 부동산의 가격상승이나 기득권의 불로소득을 극도로 꺼렸기에 대신 신도시 지정 등으로 부동산 공급을 맞추는 정책을 지향해 온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이번 LH 사태의 핵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체만 다를 뿐, 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의 강남 부동산 투기와 동일한 맥락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진보정권의 신도시 지정 등 국가 주도의 부동산개발은 자연스럽게 LH 임직원의 손에 부동산 투기정보를 쥐어 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LH 사태를 단순히 탐욕스러운 LH 임직원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문제, 즉 정부 주도의 부동산 개발과 인위적인 가격 억제 정책에서 탈피해 민간 주도의 시장원리로 회귀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로 보이고,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빈곤층과 청년층 등 부동산 약자도 부동산 권리를 공평히 누릴 수 있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LH 사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고, 내년 대선주자의 선호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추월하는 결과까지 끌어냈다. 과연 국민이 이 사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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