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회장. |
건물 하나를 지으려면 허가를 받기까지 최대 40여개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심의위원이나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심의가 지연되기 일쑤이고 심의 과정에 디자인이 훼손되는 것과 불미스러운 상호 유착 관계도 뿌리 뽑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건축허가 과정에서의 관계 법령 파악의 한계와 업무수행에 적합한 인력 및 조직 체계의 미흡, 그리고 건축허가권자의 재량행위에 대한 과다한 민원도 역시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건축설계학회 등에 의뢰해 건축허가 및 심의 절차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였고 지역건축안전센터의 설립을 골자로 하는 건축법을 개정하였다. 주요 내용은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맡았던 인허가 업무를 건축 전문가가 있는 건축안전센터로 이관하고 전문가인 건축사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하는 내용이다. 2022년부터 광역지자체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대전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서울특별시는 전체 자치구에 센터 설치를 완료하였으며, 인근 세종시도 설치 완료하여 우선 안전 관련 관리와 점검업무를 시작했다. 조직이 완성되는 시점부터 건축물 인허가 업무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
지역건축안전센터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건축허가 승인 작업을 공무원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준공무원 조직을 만들어 허가 및 승인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건축 비전문가인 공무원은 행정처리만 담담하게 된다. 둘째, 안전 관련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숱한 심의를 거쳐 건축 허가를 받고 나서도 사고가 났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매번 우왕좌왕했던 것을 면허가 있는 건축사가 권한을 갖되 책임도 지게 하는 것이다.
현재 건축사라는 전문직에 대해서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대국민의 인식 그리고 국가에서 건축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없이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그 원인은 2000년에 의무가입이었던 대한건축사협회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임의가입으로 바뀌었을 때부터이다. 변경 명분은 전문가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설계 대가의 추락과 건축사의 위상 저하 등 애초 취지와 다른 현상들이 발생하였고 심지어 건축의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것 같은 위기의식으로 학생들을 비롯한 예비 건축사들의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암울한 현실이다.
건축물은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회 공공재이기에 건축사의 사명감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건축사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정부든 지자체든 새로운 건축 도시 정책을 수립할 때 최소한 전문가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해야 하는 과정의 필요에 대해 적극적인 동의와 적용이 필요하다.
얼마 전 재당선된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은 '변호사는 인권, 의사는 생명, 건축사는 안전'이 공적인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고 규정하며 건축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에 대해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안전과 관련된 법들의 졸속 제정과 시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야기와 국민의 과중한 비용부담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관계 법령의 현실화를 위한 검토를 실현하여 국민의 편익을 우선하는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주장으로 지워지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우리의 문제임을 알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오늘의 계획이 내일의 대전이기에 정말 조심스럽게, 그리고 안전하게 내일을 내다보았으면 한다. 대전의 정체성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공무원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정책을 공유하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김용각 대전광역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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