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우주선을 만들 때 원주율은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사용할까?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우주선을 만들 때 원주율은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사용할까?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 승인 2021-03-11 15:26
  • 신문게재 2021-03-1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미 항공우주국(NASA)에 흥미로운 질문 하나가 들어왔다.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계산을 할 때 원주율은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사용할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먼저 소개하자면, NASA에서 내놓은 대답은 3.141592653589793, 소수점 아래 15번째 자리까지였다. 어떻게 보면 아주 정확한 숫자인 것도 같다가도 2019년 구글에서 소수점 아래 31조 번째 자리까지 원주율을 계산했다는 소식을 생각하면 그렇게 정확한 숫자도 아닌 것 같다. 왜 NASA에서는 우주선을 만들 때 궤도 설정이나 화성탐사선 착륙지점 설정 등의 계산에 두루 사용되는 원주율을 더 정확한 값으로 사용하지 않는 걸까?

인류가 발사한 탐사선 중 가장 멀리까지 날아간 탐사선인 보이저 1호(1977년 발사)는 지구로부터 약 200억㎞ 이상 떨어져 있다. 만약 반지름이 200억㎞인 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원의 둘레를 계산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때 소수점 아래 15번째까지의 원주율을 사용한다면, 실제 둘레와의 오차는 약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관측 가능한 우주(반지름이 약 460억 광년)의 둘레를 계산할 때에도 소수점 아래 39자리 정도면 오차가 수소원자 크기(10-10m)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실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원주율이 사용되는 계산을 할 때 소수점 아래 20자리 이상의 원주율을 사용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원주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 이유는 다가오는 3월 14일이 원주율 3.141592…에서 유래한 기념일인 '원주율의 날[파이(π) 데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시작된 이 기념일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화이트데이만큼이나 많이 알려져 SNS에서는 원주율을 아는 데까지 써보기 등의 챌린지도 유행한다고 한다. 2017년 교육부에서는 이 날을 '수학과 친해지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물론 국립중앙과학관에서도 3월 14일 원주율의 날을 맞아 원주율 구하기, OX퀴즈 등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의 기초가 되는 수학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원주율의 날처럼 작게나마 우리 생활 속에서 수학을 좀 더 친근하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도 수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흥미 유발을 위해 매년 수학체험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개최했는데, 사전신청자에게 보내는 체험키트가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이런 현상을 보면 최근 수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친근하고 재미있게 수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생각도 든다.

수학에 대한 흥미는 수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점에서 원주율의 날이나 수학체험전 같은 행사는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수학 원리와 논리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과학관에서도 이러한 체험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월 14일은 '수학과 친해지는 날'이다. 인터넷을 잠깐만 검색해보면 수학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나 집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체험이 많이 나온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수학과 조금 더 친해져 보는 건 어떨까?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국립대 첫 여성총장… 미래인재 육성·교육 균형발전 기대
  2.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3. 교육청-학교 책임 떠넘기기? "대전가원학교 지금 당장 휴업하라"
  4. [사건사고]물놀이 50대 다이빙 후 하반신 마비호소…교통사고 70대 운전자 사망
  5.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1. 4년제 대학 신입생 74.7%가 일반고 출신… 기회균형선발 9.3%
  2. 갑천 국가습지 보전대책 본격화…교란식물 제거·울타리 설치
  3. 재료연 AI가 실험하는 자율실험실·전기연 대형 시험설비 현장 가 보니
  4. 대전·충남 최고 체감기온 33도 폭염주의보…"야외활동 자제를"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헤드라인 뉴스


직장인 평균 여름휴가비 53만 5000원... 해외보단 국내 선호

직장인 평균 여름휴가비 53만 5000원... 해외보단 국내 선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이번 여름휴가로 해외보다 국내를 선호하고, 휴가비로는 평균 53만 5000원을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 및 정책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1.6%는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중 83.5%는 '국내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했다. 일정은 '2박 3일'(38.9%)이 가장 많았고, '3박 4일'(22.7%), '1박 2일'(21.3%) 순으로 집계돼 짧지만 알찬 '미니 휴가'가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인 한화이글스의 성적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전시가 이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6월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1일 한화이글스 소속 류현진 선수를 대전시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이와함께 류현진·오상욱 선수-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홍보대사는 도시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대내외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한다. 대전시는 펜싱황제 오상욱과 트롯가수 김의영, 축구선수 황인범, 배우 이필모 등 20여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013세대로 전월보다 2.2%(591세대) 늘었다. 이는 2013년 6월(2만 7194세대)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2만 2397세대로 83% 비율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