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대한민국은 또 다른 '미투'로 뜨겁다. 바로 학교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학폭 미투'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프로배구 선수들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불붙기 시작한 '학폭 미투'가 체육계와 연예계를 넘어 일반인들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에 실시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전지역 학생들의 학폭피해 응답률은 초 1.2%, 중 0.4%, 고 0.3%로 나타났으며, 피해유형은 언어폭력(54.2%), 집단따돌림(43.2%), 사이버폭력(21.8%) 순으로 높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학교에서의 대면시간에 줄어들면서 사이버폭력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학폭 피해 학생들은 우울과 불안, 예민함 등의 피해증상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특히 장기간 피해를 본 학생들은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가 남아 타인에 대한 신뢰 결핍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과거 학교폭력을 일삼은 가해자를 폭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인사의 경우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면 여론의 심판대에 올라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지위를 잃거나 단절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학폭에 대한 정의의 잣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적 이슈화가 됐을 때 익명성을 악용해 부문별한 고발과 폭로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정보에 휘둘려 집단공격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행위일 수 밖에 없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점은 사회적 인식의 혁신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에 대한 판단은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이 엄격한 검증을 통해 억울한 피해자 없이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3월 신학기가 시작됐다. '초딩'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공부에 대한 걱정보다 '학폭'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잘 놀다가도 한순간에 학폭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년이 올라가고 체격이 커지면서 아이들끼리의 장난이나 싸움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것을 보면, 혹시나 나중에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학창시절의 잘못으로 인해 인생의 발목이 잡히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학교생활과 교우관계는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기에 평소 부던히 '잔소리 폭격'을 날려보지만 이맘때 아이들이 귀담아 듣기는 난무하다. 교육현장인 학교도 학폭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은 사실상 전무한 게 현실이다.
더이상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말에 기댈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바야흐로 개인의 인성과 과거 행적이 중요해진 시대다.
수십년 전을 돌이켜보면 나의 학창시절도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친구들과 투닥거리며 싸웠던 기억들이 흔하디 흔하게 떠오른다. 그때 그 친구들은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을까 반성하는 마음으로 뒤늦게나마 사과를 전해본다.
"이름이 기생같다고 자주 놀려댔던 미향아~, 정말 미안했다. 발냄새가 심해서 짝꿍하기 싫다고 말해서 엄청 울었던 현숙아~, 내가 그때 잠깐 미쳤었나봐. 그런데도 나중에 친구해줘서 고마웠다. 학창시절 친구들아!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현옥란 디지털룸 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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