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크투어] 아픈 역사 발자취 따라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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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크투어] 아픈 역사 발자취 따라 길을 걷다

  • 승인 2021-03-08 14:34
  • 신문게재 2021-03-09 10면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옛대전형무소망루
옛대전형무소망루.[사진=대전시 제공]
전쟁의 참상으로 얼룩진 역사적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비극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통해 이제는 역사 속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혼이나마 위로하자는 거다. 대전에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나라에 의해 희생되었던 분들이 많이 있다. 이에 맞춰 대전시에서는 해설사의 안내로 평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숨은 역사를 찾아 여행하는 '대전스토리투어'를 운영한다. 대전다크투어를 통해 아픈 역사 발자취 따라 길을 걸어본다. <편집자주>

대전의 다크투어는 약 3시간에 걸쳐 버스로 중촌동, 삼성동, 낭월동 일원을 도는 코스로 운영된다.

대전시청 1번 출구에서 출발한 투어버스가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은 중구 중촌동 16-1 일대에 위치한 옛 대전형무소터와 망루(대전시 문화재자료 제47호)다.

옛 대전형무소를 잘 모르는 대전시민은 아직 많다. 중촌동과 인근 목동 주민들도 도롯가에 있지만, 형무소 망루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쉽게 설명하면 선병원 맞은편 중촌동 현대아파트 근처에 있다고 하면 대부분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대전형무소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동서남북 네 곳에 망루가 있었고, 건물은 가운데 중앙 간수소를 중심으로 감방과 공장, 청사가 부챗살처럼 뻗어 있는 파놉티콘(Panopticon)의 형태의 감시구조를 띠고 있었다. 한국전쟁 무렵 감옥으로 사용된 건물은 16개 동이었고, 일반 죄수를 가두는 1사, 2사, 3사, 4사가 정문 쪽에 위치하고, 그 옆에 형이 가벼워 공장에 나가 일하는 잡범들을 임시 수용한 가사가 있었다.

1919년 전국적으로 3·1운동 만세시위가 일어나자 일제는 부족한 수감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감옥을 신축한다. 대전감옥은 1919년 5월 8일 조선총독부령 86호에 의해 대전군 대전면 중촌정(현 중구 중촌동)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1923년에 명칭을 대전감옥에서 대전형무소로 개칭한다. 일제가 대전감옥을 신설한 목적은 영등포 이남의 독립운동가와 사상범을 수감하기 위해서다.

대전감옥을 '중구금시설'로 설계한 조선총독부는 독립운동가들의 감옥과 일반 감옥 사이에 벽을 쌓아 '감옥 안의 감옥'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여운형, 안창호, 김창숙 등을 포함해 많은 수의 독립운동가가 대전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고된 수형 생활과 고문 등으로 옥사한 이들도 상당했다고 한다.

1961년부터는 대전교도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도심의 확장에 따라 1984년 3월에 대전교도소가 유성구 대정동으로 이전했고, 당시 형무소가 있던 자리에 1987년 현대아파트가 들어섰다. 현재 남아 있는 감옥의 흔적은 우물과 망루 하나뿐이다. 망루는 2001년 6월 27일 대전 문화재자료 제47 호로 지정됐다. 현존 망루의 건립 시기를 그동안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최근 1971년 12월 20일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누구도 관심 없었던 장소였다. 그런데 2010년 마을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전개하면서 우리 마을의 역사와 자원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마을 조사를 통해 알아보니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밭교육박물관 총탄흔적
한밭교육박물관 총탄흔적.[사진=대전시 제공]
두 번째로 도착하는 곳은 동구 삼성동 113-1에 위치한 한밭교육박물관(시 문화재자료 제50호)이다.

한밭교육박물관은 교육자료의 보존과 평생교육 기능의 강화를 목적으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대전삼성초등학교 구 교사(1938년 준공)를 박물관 전시실로 개조해 1992년 개관했다. 삼성초등학교는 조선인들을 위해 1911년 9월 회덕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100년이 넘는 학교로 1914년에는 대전공립보통학교로 개칭한다.

대전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은 1922년 5월에는 일본인 교사 배척 문제로 동맹휴학을 단행한 바 있고, 1926년 6월에는 태극기 들고 대전역까지 만세시위 진행하며 6·10 만세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해당 건물은 한 번의 개축도 없이 학교 건물로 사용했고, 한국전쟁 때에는 미군과 북한군이 번갈아 주둔했으며, 지금도 한국전쟁 당시의 총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흔적은 대전에 남아있는 당시 건물 중 가장 많은 100여 발 이상의 총탄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이다. 1950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벌어진 대전전투의 치열한 상황을 느낄 수 있는 흔적이다.

마지막 장소는 대전에서 가장 아픈 현장인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지(동구 낭월동 13)다. 버스가 대별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산내초등학교 직전 삼거리에서 곤룡터널 방향으로 약 900여m 가다 보면 좌측에 교회와 공터가 보인다. 이곳에는 학살지 안내판과 표석이 있다.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20여 일간 법적 절차 없이 충남지구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 최소 1800명 이상, 최대 70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당해 암매장당한 비극의 현장이다.

하지만 학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9·28수복 이후에도 계속됐다. 부역 혐의를 받은 이들은 1950년 6월 28일 공포된 긴급명령 1호 비상사태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 위반으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고, 이들 중 일부는 사형을 선고받아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또한 형무소의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병사·동사하거나, 고문과 가혹 행위로 사망하기도 했으며, 열차로 대전형무소에서 부산형무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많은 재소자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 시기 학살당하거나 사망한 인원은 제대로 추산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016년 행자부에서 진행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조성사업 공모에 동구의 산내 골령골 낭월동 일대 10만㎡ 규모의 부지를 후보지로 정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중 대전 산내 골령골은 파급 효과, 접근성, 역사성, 자치단체 의지 등의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조성부지로 최종 선정돼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이다.

대전은 대한민국 최초의 임시수도(1950년 6월 27일~7월 16일)였지만 그 이면에는 산내 골령골과 대전형무소 일대에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서린 현장이 있다.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는 대전의 다크투어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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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골령골 학살현장.[사진=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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