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디지털룸 1팀 기자 |
대전청년구단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다. 한때 대박 신화로 명성을 떨쳤지만, 지금은 휴·폐업을 거듭하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전통시장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아이템과 열정 가득한 청년들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고, 스러져가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2011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사업이 나름의 성공을 거두면서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진 게 오히려 독이 돼버린 건 아닌지 지금에 와서 아차 싶다.
대전중앙시장 끝자락에 있는 청년구단은 2017년 13개 점포로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10곳만 남았다. 그마저도 매장 영업을 유지하는 점포는 4곳뿐이다. 중기부 사업으로 2016년 8월부터 12월까지 국비·지자체·자부담을 합쳐 15억을 들여 1차 지원,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3억을 더 들여 활성화를 모색했다. 재래시장 현대화 명목으로 만든 엘리베이터 비용까지 보태면 20억이 넘는 메가 프로젝트다. 시장 정서와의 이질감이 상충하는 '슈퍼베이비'가 탄생한 것이다.
대전청년구단이 망조(亡兆)에 든 이유로 전문가들은 입지에 따른 '접근성' 문제를 가장 크게 본다.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전통시장에, 게다가 3층에 음식점을 배치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발상이라는 거다. 젊은 인구 유입이 많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즐길 거리가 연계된 곳에 조성했어야 옳았다는 의견이다. 자생력 지적도 적지 않다. 열정과 이상만 충만한, 경험 없고 의지박약인 청년들에게 철저한 사전 교육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밥장사하게 한 것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실제 사업에서의 생존과 성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이 묶여 실패를 조장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청년구단을 취재하는 내내 이전에 없던 결정 장애를 경험했다. '길이 아니면 즉시 멈추자'는 평소 생각대로 깔끔하게 드러내는 것만이 최상책이 아닐까 싶지만, 거둬들이기엔 여태껏 쏟아부은 혈세가 몸서리치게 아깝고 참신한 발상으로 내 장사를 갈망하는 창업 꿈나무들을 생각하면 동생이고, 조카 같은 마음이 앞서 포기도 안 된다.
지자체 인사들과 상인 관계자들이 청년구단 회생을 논의했지만, 원론적인 얘기뿐 뚜렷한 방안 없이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채 탁상공론으로 끝났다. 남 탓하며 팔짱만 끼고 있기엔 허비되는 것들이 매우 아쉽다. 밑 빠진 독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건, 창업 청년들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빨리 껍질 튼튼한 두꺼비를 길러 깨진 항아리를 메워야 한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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