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소설가 |
나는 가끔 시골집 지붕에 올라가 경사진 면에 반듯이 눕는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이 시를 읊는다. 왠지 이 시를 읊다 보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가난한 몸과 마음을 가진 한 시골의 촌부에게도 말이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가 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요즘, 한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성큼 다가와 버렸다. 세계 석학들이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약이라고 말하는 거로 봐서는 어쩌면 지금까지 쓰인 시나 노래보다 더 기대되는 걸작이 나올 것만 같다. 아마 AI(인공지능)가 '특이점'을 넘는 순간 'AI 셰익스피어'가 등장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검색 플랫폼인 구글(Google)은 검색엔진을 넘어 '구글 신'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듣고 있다. '뭐든지 구글에 물어봐!'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일 뿐 실제로 정보를 제공하고 올리는 것은 집단지성이다. 우리가 모두 소비자이면서 공급자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은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푼돈을 받기 위해 안달 난 이들도 있다. (물론 대박을 낸 참여자도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집단 지성의 참여를 끌어낸 플랫폼 경제의 자랑스러운 주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4차 산업이 심화할수록 우리는 노동에서 소외되거나, 가난한 참여자로 전락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플랫폼 경제에서 늘어나는 일자리는 택배, 배달, 유튜버, 블로거,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등 4대 보험도 보장받기 힘든 노동 환경의 참여자들이다. 왜 플랫폼 경제를 장악한 자들은 거부가 되고, 실제로 참여하여 집단지성을 제공한 우리는 푼돈을 받고 마는가? 플랫폼 경제를 쥔 자들이 우리의 집단지성으로 빅데이터를 만들고, AI를 고도화시키고, 지능화된 로봇을 만들어 인간 노동을 대체하려는 시도에 나는 딴죽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이점은 분명히 말해 두고 싶다. 이런 플랫폼 경제의 진보만큼이나 분배를 둘러싼 정치적 진보도 해야 한다고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혁명과는 달리 '고용 없는 성장'과 '4대 보험 없는 플랫폼 참여자' 들을 양산해 낼 것이다. 정말 풍요 속에 빈곤을 맛볼지 모른다. 이런 시대를 맞아 우리는 모두 정치적 진보를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본 소득'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만약 이 후보가 본선까지 나간다면 차기 대선은 '기본소득이냐, 아니냐.' 하는 프레임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예전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놓고 '포퓰리즘이냐, 아니냐.'로 옥신각신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 무상급식 수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떤 나라도 제대로 시도해 보지 못한 기본소득 논의를 차기 대선에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위의 노래를 불러도 될 것이다. '아직 더 좋은 것은 오지 않았다고….'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진보라고 말이다./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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