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미충원으로 지역대학들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이뤄진 3주기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예비 살생부'로 불리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이 오는 4월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대학구조개혁평가, 이른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2015년부터 3년 단위로 시행되는데,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은 교육부의 재정 지원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의 척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들은 평가에서 신입생·재학생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지표에서 일정 기준을 넘겨야 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하위 10%' 대학은 재정지원제한 대학 명단에 포함된다.
문제는 올해 3주기 평가는 2주기 때보다 지역대들이 훨씬 더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평가 지표에서 점수가 가장 큰 것이 학생충원율(20점)이다. 신입생 충원율이 12점이며, 재학생 충원율은 8점이다.
이런 가운데 학령인구 급감 여파로 정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신입생을 충원한 상황에서 평가에서 '학생 충원율' 배점이 지난 평가보다 배나 높아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대전권 일부 대학들은 수백 명대의 미달 사태가 빚어졌고, 사정이 심각한 대학들은 언론에 신입생 충원 자료를 제공하는 것조차 꺼렸다. 이처럼 어떤 유인책을 써도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대거 나올 수밖에 없었던 만큼 진단평가 발표 이후 지역 대학가의 분위기는 더 암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 사립대 한 입학처장은 "진단평가에서 '재정지원제한 대학' 명단에 오른 대학들은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며 "올해 학생충원율 배점을 높인 것은 사실상 지역대학을 퇴출시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역대학의 입학 자원 등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수도권대학과 정량적인 수치로 비교하는 평가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역 대학 마다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앞으로 신입생 충원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줄세우기식 단순 지표를 가지고 모든 재정지원을 끊기 보다는 대학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대학의 질서 있는 퇴출을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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