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대학의 미래, 벚꽃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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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대학의 미래, 벚꽃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

  • 승인 2021-03-04 15:18
  • 신문게재 2021-03-05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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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온 이사장.
올해 수능 역사상 처음으로 대학입시를 치르는 수능 응시 인원이 40만 명대로 낮아졌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당연한 변화이지만 실로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와 그 여파는 가히 혁명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미달사태다. 대략 4년제 대학과 전문대까지 포함해 55만 5000명 정도를 선발하는데 올해는 실제 수능 시험장에 들어간 응시생만 42만 9000명이다. 어림잡아도 10만 명 이상이 줄었다. 지역 대학들은 사활을 걸고 정시 추가모집까지 학생들 모집에 열을 올렸지만, 미달사태를 막을 길은 없으며 학생이 없는 유령 대학에 벚꽃은 속절없이 피었다 진다는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학은 과연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깨어 있는 지성인들의 산물이었으며 진보적 역사와 발전의 힘이었으며 지역 상권을 살리는 경제 동력이었다. 지금도 대학상권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학문적으로 각 대학에서 발표하는 논문과 연구는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과 함께 지역의 교육과 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맡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방대의 존폐 위기는 엄연한 현실이며 교육현장에서 보는 대학이란 하버마스의 말을 빌자면 비판적 이성보다는 도구적 이성만을 강조하는 편향된 집단으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의대 열풍'이 폭발적이다. 매년 의대 정원을 400명 이상 늘린다는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과 맞물려 올해부터 약대의 부활을 신호탄으로 입시의 지각변동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벌써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대와 치대, 약대, 수의대, 한의대, 간호대 등 라이센스를 딸 수 있는 전문직종에 종사하기 위해 다시 대학을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상당수 늘어났다. 학령인구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의료계열 또는 로스쿨을 가기 위해 더 높은 명문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제 대학은 지성의 장이라기보다는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확실한 도구나 발판이 되어 가고 있다.

분명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상황은 아니다. 단지 과거와 달리 응시 인원이 감소된 상태에서 의대나 일명 스카이 일류대학의 기회가 나에게까지 올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상위권 학생들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반대로 지역대에 대한 기피와 외면으로 빛과 그림자의 명암이 확연히 갈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울로 대학을 가고자 하는 서울 쏠림이 가속화됨에 따라 지방 대학들의 존폐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4월에 발표될 재정지원제한 대학 명단에 포함되는 대학은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상당한 운영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제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존립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 학생 수의 감소로 지방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질의 교육을 통해 지역인재들을 육성하고 지역경제와 국가적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역대학의 역할을 함부로 폄하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책없는 구조조정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대학들이 감당해야 할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많은 출혈이 예상된다. 수많은 교직원과 지역 상권들, 납품업체, 청소용역 등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타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또한 대학이 맡았던 지역사회에 대한 연구나 고찰의 중요성은 상실되며 교육의 다양성과 평등성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심각한 교육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다.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다각적 모색이 필요한 이유다.

교육부와 지자체는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들의 통합이 성사되거나 학제 간 통합과 학과 개편을 통한 효율성 제고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나 대학의 근본적 가치를 되새겨본다면 무조건적인 지역대학 퇴출은 능사가 될 수는 없다. 앞으로 지역대학은 평생교육의 장으로 재교육을 창출하고 다양한 시민들과 폭넓은 교양과 지식을 연마하는 시민적 교육의 현장으로 재생산될 수 있도록 지역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전망해본다.

대학 교정에 만개한 벚꽃과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끝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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