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
인생에서 어디 잃어버린 것이 반지뿐이겠는가.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도 참 많이 경험하며 살아간다.
공교롭게 대전형무소 관사 철거와 관련한 기사를 쓴 후 미술품범죄조사협회를 만든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 노아 차니의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를 읽고 있다. 언젠가 읽겠지 하고 침대 머리맡에 둔 책이 기사를 쓴 후에야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전쟁과 자연재해 혹은 도난당해 잃어버린 예술사(史)를 보여준다. 지진이나 화산폭발로 사라진 예술품은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 하더라도, 전쟁과 도난으로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 예술품은 고의적인 범죄임을 보여준다. 필자는 책의 서두에서 "사라진 예술품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라졌기에 더욱 유명해진 작품도 존재하는 걸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의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도 하다.
이 책에서 충격적인 챕터는 전쟁으로 인한 도난이다. 나폴레옹은 전쟁사 최초로 약탈을 위한 전담군인을 파견했을 정도로 전리품을 챙기는 것에 큰 비중을 뒀다고 한다. 전리품이라 빼앗아 온전히 보전하면 그나마 낫다. 당시 나폴레옹 군대뿐 아니라 적국을 장악한 군인들은 그 나라와 도시의 문화를 짓밟고 불태우며 역사의 페이지를 더럽히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왜 이 대목에서 대전형무소 관사가 떠오른 걸까. 어떤 이유로든 사라졌다는 결과 값이 같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전형무소 관사는 전쟁도 자연재해도 아닌 관(官)에 의해 사라졌다. 주체를 분명히 하자면 소유주와 관이 스스로 파괴한 유산이다. 옛 충남도청의 상무관도, 우체국도 그 자리에 있음이 고마운 유산이다. 굳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명분을 얹을 필요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쥐고 살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품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처럼 인생도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도 아는 만큼 지속될 수 있다는 건 인생불멸의 진리다.
그동안 대전에서 사라진 유산들을 떠올려 본다. 유산에서 먼지로… 잃어버림의 속죄는 우리의 몫이다.
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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