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드림파크로 전환될 대전 한밭종합체육관 전경. 사진 아래 스타디움이 설치된 종합운동장을 2024년까지 야구장으로 조성한다. |
▲베이스볼드림파크 용역 첫 발주
대전 체육인의 요람인 한밭종합운동장을 베이스볼드림파크로 전환하는 사업에 역사적 첫 발을 떼었다. 대전시는 최근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설공사 입찰안내서 작성 용역을 발주하고 역사적 전환사업에 시작을 알렸다. 베이스볼드림파크 조성 사업에 첫 입찰인 이번 용역은 오는 7월께 전망되는 건립공사 통합발주에 앞서 설계·시공 일괄입찰 참여자들이 사전에 알아야 할 입찰 안내서를 기획하는 게 목표다.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고 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적정성 검토 그리고 주변 현황과 사례조사, 공간계획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입찰안내서 기획 및 작성 용역 후에는 5월께 기본설계 용역을 거쳐 7월께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턴키 방식의 베이스볼드림파크 조성공사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자가 선정되면 내년 4월부터는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를 시작해 지상 4층에 총 2만2000석의 관람석을 갖춘 야구장을 조성한다. 야구장을 동남향으로 배치해 최적의 경기 환경을 마련하고, 야구장 입구와 주변에 파크형 도시공원을 조성해 스포츠문화와 관광, 쇼핑 등이 어우러지는 스포츠콤플렉스를 갖출 전망이다.
▲체육인 새 보금자리 어디에
베이스볼드림파크가 조성되기까지 대전 체육인들의 상당한 인내와 희생 감내가 요구된다. 먼저, 한밭종합운동장 사무공간에 입주한 체육단체는 올 연말을 끝으로 한밭운동장을 떠나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해야 한다. 대전축구협회를 비롯해 대전육상연맹, 장애인체육연맹, 컬링협회 등 19개 체육연맹 단체가 한밭종합운동장에 사무실을 임차해 시민과 전문체육을 지원했다. 한밭종합운동장이 체육인의 요람으로 불리는 것도 여러 연맹단체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수시로 모이고 소통하며 지역 체육인으로서 결집하는 매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밭종합운동장 근처 일반 사무실을 중심으로 이전할 장소를 물색 중이다. 또 한밭종합운동장을 대체할 국제공인 규격에 육상트랙을 마련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충남대 종합운동장을 낙점해 유성 종합운동장에 국제 규격의 육상경기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30억 원을 투입해 내년 3월까지 충남대종합운동장을 대수선하고 충남대는 육상경기장을 비롯한 교내 체육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한다.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의 성금을 모아 육상트랙을 조성중인 운동장 모습과 관련 1959년 중도일보 보도 기사. |
대전의 근대역사를 돌아보면 한밭종합운동장이 자리한 곳은 '보문원두'이라고 불리며 대전과 충남 주민들이 체육활동을 즐기던 곳이다. 원두는 들판의 언저리라는 사전적 의미로 대전시내와 가까운 들판에서 축구와 연식야구 또는 민속놀이를 즐기던 데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밭종합운동장이 마련되기 전 이곳 보문원두에서 1959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가 진행됐다는 기록을 보더라도 이곳이 한국전쟁 직후 근대 대전과 충남도민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공공장소로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때는 대전시 인구가 19만 명 수준이었고, 충남도 소속의 대전시청사는 중앙로네거리에 있을 때다. 1959년 8월 중도일보는 공설운동장 조성 소식을 전하며 "200만 도민 전체가 푼푼이 모은 돈으로 건설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른 들판에 공설운동장을 마련하고자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이 3000만 환 성금을 모았고, 나무말뚝을 박아 둥그렇게 트랙 모양을 낸 육상경기장이 처음 조성됐다. 62년 전 중도일보는 기사에서 "육상경기장 건설공사는 초창기에는 워낙 광활한 면적을 가져서 그러함인지 일한 표적이 없었으나 광복절을 앞둔 요즘의 광경은 놀랠만큼 진척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1960년 대전시공설운동장에서 제41회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대전시 역사 이래 처음 치르는 전국행사였다.
▲건설사 부도 딛고 갑년체전 개최
한밭종합운동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79년 제60회 전국체전을 유치한 때다. '갑년 체전'으로 불리며 대도시로 성장한 대전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전국에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때 전국체전을 앞두고 기반시설 확충사업이 'D-600일 작전'부터 시작됐는데 가장 중요한 종합운동장을 세우는 공사에서 사고가 터졌다. 종합운동장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부도났고, 대회 개최일까지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 대전시는 좌불안석이었다. 당시 김보성 대전시장이 남긴 회고록 '질러가도 십리 돌아가도 십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남은 공사기간이 턱없이 모자라 전국체전을 반납하는 풍전등화 위기에 몰렸다. 충남건설협회 이인구 지부장을 만나 충남에 적을 두고 있는 5개 건설사에서 책임지고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해 주세요." 이 지부장의 결단으로 이튿날부터 공사는 재개됐고, 설계변경팀을 투입해 흙을 쌓아 올린 토성을 헐어내고 그 밑에 각 시도 체육회와 선수 대기실 등 활용공간을 설치했다. 김보성 시장은 회고록에서 "그때 토성을 그대로 두고 스탠드를 만들었다면 또다시 많은 예산과 불편이 따랐을 것이다"라며 위기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전 시장은 2016년 7월 향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베이스볼드림파크 조감도. |
대전시는 한밭종합운동 철거 후 이를 대체할 종합운동장을 유성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에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까지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곳으로 행정안전부에 스포츠타운 부지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202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대전과 세종, 충남·북 4개 지자체가 공동유치를 추진하고 있어 한밭종합운동장을 대체할 국제 공인규격의 체육시설을 확보하는 사업 역시 베이스볼드림파크 조성만큼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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