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4월 보선 공약의 허실을 잘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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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4월 보선 공약의 허실을 잘 따져야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21-03-01 08:4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오는 4월 서울시와 부산시 보궐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보선의 주원인이다. 박원순 전 시장은 불행한 선택을 했고, 오거돈 전 시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 부끄럽고 불행한 사건 탓에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동시에 보선이 펼쳐지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헌까지 서둘러 손질해 공천작업에 나섰다. 이번 보선은 집권여당의 당헌 당규의 원칙과 가치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여당은 국민과 약속을 스스로 깨버린 것이다. 그만큼 이번 보선이 매우 절급하고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국민의힘 역시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공천작업에 들어갔다. 반 문재인 정권 세력결집으로 기필코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인지 후보 단일화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번 보선이 내년 지방선거와 특히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질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국책사업 공약이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변했다. 게다가 정치적 계산이 어울려지면서 국책사업 본래의 의미도 퇴색되곤 했다. 집권세력의 공약(公約)은 대국민 약속이다. 공직 후보들의 신념과 정책을 공약에 반영한다. 국민은 지도자와 정부 그리고 공직 후보들이 내건 약속을 믿고 살아간다. 국민에겐 공약은 곧 희망이자 미래상이지만, 때론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미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유권자는 공약에 숨겨진 허와 실을 차분하고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전에 세종시와 과학벨트 공약과 정책 탓에 충청권도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트라우마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말도 많던 동남권 신공항도 백지화 발표로 물 건너갔다. 3년여 간에 걸친 논란이 헛된 일로 끝났다. 대구·경북과 부산 지역민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했고, 우매한 지역민을 동원해 세몰이에 나섰던 지역 정치권도 일장춘몽을 꾼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잘못된 약속보다 당장 거절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때 정치권에서 회자됐던 "약속은 깨기 위해서 있는 거다"라는 식의 가치관과 신념은 현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 유권자를 향한 약속은 지켜질 때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다. 관조적인 표현이지만, 약속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약속을 하지 않는 일이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사심없이 정책의 허와 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국적 관점에서 잘못된 약속보다 욕을 먹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고독하고 힘든 자리다.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정책을 들고 와서 실행하라고 성화다. 대통령은 그런 정책들을 왜 실행할 수 없는지 설명하고, 상대를 힘들게 설득해야만 하는 고된 자리다." 트루먼(Truman) 대통령의 실토이지만, 문 대통령과 정치권에 들려주고 싶은 대목이다.

최근엔 부산의 가덕도 공항 건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내려가 챙기면서 사안이 무거워졌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가 난색을 표했다지만, 국회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여당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딱한 처지다. 게다가 임기 1년여 남기고 있는 문 대통령마저 거들고 나서니 정부로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발빠르게 움직여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가덕도 현장방문은 보선을 고려하면 지나친 면이 있다. 이와 유사한 행동을 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이다. 올바르지 못한 행태와 의도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선진정치다.

왜 이 시점에 갑자기 가덕도 공항 건이 등장했을까. 그렇다고 합당한 절차와 예비타당성마저도 간과하면서 정책입안과 집행의 절차마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의당이 가덕도 공항건설을 "선거 공항, 매표 공항"으로 비유한 것을 되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가덕도 공항 건은 표 획득의 미끼가 될 것인가. 이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항건설 공약을 확 물어 버릴 것인지는 유권자의 몫이 되어 버렸다. 어설프게 내세운 선거용 공약(公約)은 지켜지지 못하면 헛공약(空約)으로 변질될 것이고, 궁극적으론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무서운 공포의 약속 즉 공약(恐約)이 될 것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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