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경제사회교육부 차장 |
지역 상공업계에 '큰 어른'이 없는 건 아니다. 정성욱(금성백조 회장) 현 대전상의 회장과 박희원 라이온켐텍 회장 등이 원로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이들 또한 경선으로 상의 회장직에 오르다 보니 선뜻 중재에 나설 수 없는 처지다. '포용'과 '화합'을 강조하고 싶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행동이 조심스럽다.
이번 선거에서도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24대 상의회장에 출마하는 후보 캠프에서 "전임 회장이 회원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데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원로들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자칫 서로 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 확대되진 않았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대전이 가장 어려운 것은 어른이 없다는 데 있다. 부산과 대구 등은 경제계 원로들이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면서 건전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 내부 갈등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대 선거에서 송인섭 진미식품 회장이 김광철 대전교통 대표이사와 경선을 치르며 50여 년간 이어졌던 합의추대 전통을 깼다.
이때부터 지지세력이 양분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봉합 기회도 없진 않았다. 20대 수장으로 송 회장이 연임하면서 합의추대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3차례 (21~23대) 선거에서 경선으로 회장을 선출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4대 선거 또한 후보 간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경선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들과 달리 상공업계는 화합을 위한 합의추대를 바라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전임 회장들의 감투싸움에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일부 회원사는 회사 운영에도 애로를 겪을 만큼 후유증이 컸다.
회원사들은 이런 폐습을 없애고 힘을 모아 최소한 상공인 이익집단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성 분위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지역 경제계 원로들이 나서지 않으면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선배 경제인으로 전임 상의 회장으로써 상의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 등을 높여 상공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화합된 상의를 이끌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이들의 '희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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