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부총장 |
그때 어떻게 하면 걸으면서 내 발자국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뒤를 바라봤지만 어떤 것이 내 것인지도 분간이 안 갔다. 그런데 '거꾸로 걷기'를 하니 걸음을 뗄 때마다 발자국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그뿐만 아니라 앞을 보며 걸을 때 바라본 풍경과는 달리, 갑천의 물과 나무 등이 더 넓고 새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뒤로 걸으며 새로운 경험과 보상을 받은 느낌이다. 그 순간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시간도 떠오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라는 방법은 40개 트리즈(TRIZ)의 창의적 문제해결 중 하나이며, 다양한 교육에 적용 중이다.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도 그중 하나다. '거꾸로 학습'이라 불리는 이것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숙제하던 전통방식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에 앞서 교수가 제공한 강의 동영상을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진행하므로 거꾸로 수업이 더 효과적이다. 즉 집에서는 학교수업을 미리 하고, 학교에서는 숙제를 토론하니 거꾸로 된 수업이다(school work at home, home work at school). 담당 교수가 토론을 유도하지만 이를 보조적인 역할로 보는 이들은 교육계에 위협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편 경영에서도 기존의 사고의 틀을 바꿔놓은 것이 'ESG'다. 투자자들이 의사 결정할 때, 이익, 사업모델, 경쟁우위 관점으로부터 이제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 또한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에게 다음 세대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한 예로 700조 원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최대 공적 연기금 운용공사(APG)는 한국전력이 석탄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투자금 6000만 유로(약 780억 원)를 작년에 회수했다. 이처럼 ESG는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국가의 성패를 결정할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함께 ESG 열풍이 더욱 불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달성, 2조 달러(약 2200조 원)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내건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핵심도 ESG와 연결된다.
이때 지속가능성이란 기성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음 세대의 가능성을 위협하지 않고 현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책과 행동이 다음 세대의 가능성과 기회를 희생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개발과 보존을 놓고 겨루었던 여러 사업, 예비타당성의 고민을 생략한 채 이뤄지는 여러 정책도 지속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대학과 산학협력단 모습도 ESG 관점에서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인적자원을 좀 더 친환경적이며, 지역사회의 니즈들, 불편하고 소외된 곳,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 깊이 참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유성구청과 협력하여 대학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휴식공간 마련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음악회 등을 지속 제공해야 한다.
또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코딩교육을 통해 '안되는 꿈'을 '가능한 현실'로 바꾼 적은 노력도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ESG 이름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산학협력을 찬찬히 되돌아보고, 다음 세대를 위한 친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기초를 만드는 새 틀의 산학협력 연구와 실천을 할 때다. /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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