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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내 보물들의 탄생 순간을 함께한 산부인과 원장님이다. 2012년 초봄, 첫 아이를 낳던 날. 초산인 데다 양수가 먼저 터지는 바람에 분만 촉진제를 맞고 무려 23시간여 만에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때 나는 아이 손가락과 발가락이 정상인지 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란 말부터 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 준 원장님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다. 제발 수술해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원장님은 새벽 4시가 넘은 시간까지 꼬박 대기하며 직접 첫 아이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2년 뒤 둘째까지 무사히 받아 준 원장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분이다.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
그런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와의 대화를 돌이키면서 모든 의사가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아 후회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것은 최근이다. 의료법 관련 범죄가 아닌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논의됐지만 결국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살인·강도·성폭행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는 무조건 취소된다. 형이 끝난 뒤에도 최대 5년까지 면허를 재발급하지 않는다. 의사 면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사위보다 앞선 19일 보건복지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의결했다. 그러자 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즉각 반발했다. 국회의 개정안 논의를 '의사 죽이기'로 규정하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맞섰다. 급기야 코앞으로 다가온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보이콧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를 보는 많은 사람의 시선은 싸늘했다.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 자격증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자격이 박탈되고 성범죄자 교사도 교원 자격증이 박탈된다고 하는데, 왜 의사는 자격증을 박탈하면 안되는 것일까. 살인자(의료행위 중 과실 제외)가 면허가 있다고, 죗값을 다 치렀다고 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의사가 될 때 반드시 하는 맹세를 '히포크라테스 선서'라고 한다.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니 여러 구절 중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할 것', '어떤 경우라도 인간의 생명을 가장 존중히 여길 것'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위기인 지금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해야 할 때다. 강력범죄자 의사의 '자격'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걸맞은 '품격'을 잃지 않았으면.
원영미 디지털룸 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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