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석 교수. |
그렇다면 시장(市場)이란 무엇일까? 아직도 시장하면 떠오르는 건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다니던 재래시장이 먼저 떠오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의 형태는 변화해 대형마트, 백화점 등 다양한 종류의 시장이 나타나게 됐지만 시장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 장소'라는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물리적인 '장소'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게 됐고 일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 모두를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동산이 거래되는 시장이나 부동산이 거래되는 부동산시장은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며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도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즉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공급과 수요에 따라서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부동산시장은 동산이 거래되는 시장에 비해 부동산이 가지는 특성으로 인해 동산이 거래되는 시장과 차이를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시장 자유주의를 국가의 기틀로 삼고 있어 자유경쟁체제를 통하여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동산시장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공급량과 그 수요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동산가격은 미래의 가치 상승분에 대한 기대 등으로 인하여 공급과 수요의 기본적인 시장 원리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부동산시장에 개입하게 되어 시장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시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라 하며 이러한 시장의 실패는 공공부문인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원인이 되며 이에 국가는 다양한 정책적 방법을 통하여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가는 부동산시장에서 부동산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혹은 하락할 때, 즉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데 상승기에는 가격의 안정을 위해 금융규제, 세제 강화, 공급확대 등의 규제 중심의 정책을 시행하게 되고 하락기에는 반대로 시장을 부양시키기 위한 완화 정책을 사용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은 서울, 수도권 및 세종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급격한 가격 상승을 보여왔다. 이러한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부동산문제를 유발하게 되며 부동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큰 정책적 과제이자 소명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총 25번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하여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으며, 특히 25번의 정책 중에 24번의 정책은 규제를 통한 공급확대를 통하여 시장의 안정을 꾀하고자 했으나 정부의 정책은 시장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 했고 부동산가격은 지속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정책은 간접적인 정책에서 직접적인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그 방향을 달리하게 되었고 25번째 정책에서는 직접적인 대규모 신규공급정책을 내어놓게 되었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하여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있으나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에서 정부의 의지대로 부동산시장을 끌고 가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복잡하게 변화한다.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은 환영 할만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주인공은 시장 자체이며 정부는 그 주인공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박유석 대전과기대 금융부동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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