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
한편 5㎛ 이하의 건조된 비말 입자의 경우는 공기 중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부유한 상태로 유지된다. 따라서 밀폐된 실내 공간은 이러한 작은 비말 입자가 축적돼 공기감염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공기감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239명의 전문가가 WHO에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실내에서 공기감염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신선한 외기를 도입하는 것이 최우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추운 겨울철이나 더운 여름철에는 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필터가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의 한 연구진이 공기청정기의 출구에서 생성되는 기류에 의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많은 언론사가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마치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큰 관심을 모았다.
교육부는 이러한 이유로 학교 교실의 공기청정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환기를 위해서 창문을 열 때, 감염자가 창문 쪽에 있으면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필터는 우리가 사용하는 KF80 마스크를 2장 붙여놓은 것과 같은 수준의 매우 우수한 필터다.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듯이 공기청정기도 당연히 바이러스를 매우 잘 걸러낼 수가 있다. 미국의 환경청(EPA)에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방법과 공기청정기 사용을 병행할 때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 하버드 보건대학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교실을 유지하기 위해 성능이 얼마나 좋은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결정해주는 간단한 엑셀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공기감염보다는 접촉감염이나 비말 감염이 주요 감염요인이므로 실내 공간에서는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환기로도 감염 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내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농축돼 공기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충분히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환기가 어려울 땐 공기청정기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 바이러스 농도를 줄여주는 것은 적절한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 공기청정기의 기류에 따라 영향이 생기지 않도록 설치 위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기청정기의 출구는 천정으로 향하도록 하고, 실내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최소한 1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설치해 사람들이 공기청정기 기류에 직접 맞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학교는 이미 교실 면적의 1.5배 수준의 표준사용면적을 가진 성능이 우수한 공기청정기가 대부분 보급돼 있다. 때문에 확실치않은 공기 감염의 우려로 공기청정기의 사용을 자제하는 지침을 내리기보다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사용방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활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이것이 코로나19 시대 공기감염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현명한 대응 방법일 것이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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