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나무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날 나의 무심함 속에서도 그 많은 시간을 함께한 식물이 신기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다육과의 염좌는 초보자도 잘 키울 수 있으며 화월이라고도 불린다. 잎들이 동전처럼 주렁주렁 풍성하게 돋아나서 풍요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어쩌다 관심을 끌게 되면서 세상이 완전히 달리 보이는 경험 말이다. 염좌가 그러했다. 언제나 존재했지만 그 존재 자체를 몰랐던 나에게 나무의 목대도 푸른 잎들도 너무나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염좌 사랑은 각별해졌다. 웃자란 가지를 치고 물꽂이를 했으며 떨어진 잎들 하나마저 아까워 잎꽂이를 시작했다. 자른 줄기에서 잎이 나오는 걸 보면 그렇게 신기하고 대견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베란다에는 식물 관련 장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지치기한 염좌들은 각각의 작은 화분에 심어졌다. 다행히 생명력이 워낙 강해 잘 자리를 잡아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염좌에 대한 나의 애정은 깊어만 갔다. 염좌 분갈이를 하기 위해 유튜브로 분갈이 동영상을 며칠 동안 여러 번 시청한 후 비장한 마음으로 분갈이를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분갈이가 10년도 넘게 자란 화분이라니 겁 없이 시작한 분갈이는 일요일 반나절 동안 이어졌다 새 화분에 자리 잡은 염좌를 바라보는 마음은 잘 자라준 나무에 대한 찬란함이었다.
강추위가 예보되던 날 밤 나는 도저히 침대에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염좌 화분을 거실로 들여놨다. 큰 화분이라 끙끙거리면서 겨우 거실에 들여놓고서야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10년 동안 살아왔으니 충분히 이번 겨울 추위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는 다시 베란다에 화분을 옮겨 놓고 출근을 했다. 이쯤 되니 작은 괴로움마저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러했다. 산다는 것은 작은 괴로움들과의 무수한 전투라고. 다행히 이번 추위도 무사히 잘 넘기고 줄기 사이로 푸르른 잎을 보이는 염좌가 그저 신기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이제 염좌는 나의 생활의 한 일부분이 되었다.
어느 순간 어떤 장소에 가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화분에 심어진 식물이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식물들인데도 그동안 나는 신기할 정도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살핌을 잘 받는 나무를 보면 기쁜 감정이 들기도 하고 덩그러니 놓인 화분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분명 아는 만큼 나의 세계가 커지고, 느끼는 만큼 나의 세계는 깊어졌다. 커진 세계는 기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서는 지인에게 애지중지하던 난을 선물하면서 무소유의 홀가분한 마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득 이것 또한 집착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인 나는 염좌를 몰랐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소중한 것은 힘을 들여 지켜야 한다. 10년이 지나야 꽃이 핀다는 염좌의 꽃이 올해는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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