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정책연구센터장 |
다행스러운 건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치료제가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2~3월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OVID-19와의 전쟁에서 그 동안의 수세를 이제 우리의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공세를 통해 우리는 COVID-19와의 전쟁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까?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답은 '예스'라고 본다.
우리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질병과 싸워왔다. 흑사병과 천연두는 주기적으로 많은 인류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비교적 근래에 들어서는 콜레라와 인플루엔자, 에이즈가 인류를 괴롭혀왔다. 말라리아·에볼라·황열 등 지역과 인종에 따라 편중된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COVID-19 못지않게 맹위를 떨치는 질병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COVID-19의 친척뻘 되는 사스와 메르스 또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가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는 위생과 방역·의학과 과학·국가 간 협력을 통해 그것을 극복해 왔다. 위생과 방역·항생제를 통해 흑사병과 콜레라 같은 세균성 질환의 감염률과 치사율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으며, 말라리아와 에볼라, 황열병 등도 이제는 지역 차는 있지만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됐다. COVID-19와의 전쟁 또한 우리 인류는 의학과 과학을 통해 극복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COVID-19라는 질병 극복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 참상은 심해지고 복구는 어려워진다. 질병 대유행 이후에도 사회·경제적인 여파를 길게 남긴다. COVID-19와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COVID-19와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일상으로 돌아갈 길은 더 멀어지고 있다. 더욱이, 그 길은 모두에게 동일한 여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COVID-19 기간 동안 불평등과 불균형은 심해졌다. COVID-19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여행, 외식 등의 산업과 온라인 산업 간 불균형은 심화됐다. 산업 내에서도 월급생활자보다는 자영업자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늘어나는 유동성으로 인해 부의 양극화, 세대 간 박탈감과 상실감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그 동안 우리는 과학과 의학이 어떻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COVID-19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COVID-19로 인해 피폐화된 사회를 복구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는 시기로 진입하게 될 것 같다. 그건 의학과 과학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와 경제, 재정과 복지 등 사회 모든 분야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비록 완전히 예전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2020년 1월 이전의 일상으로 우리는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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