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명박(MB)·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MB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경선 후보를 정면 겨냥했으며 국민의힘은 김대중(DJ)·노무현 정부 임기를 포함한 전수조사 카드로 맞불을 놨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부산에 출마한 후보자가 당시 정무수석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이런 내용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박형준 교수가 이 사안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순간 불법사찰을 시인한 것"이라며 "정무수석실의 주요 업무가 국회의원 관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민정수석실이 (사찰 정보를) 공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에선 사찰 의혹 진상규명과 관련 입법 추진을 위한 당내 TF·특위를 설치하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이명박 정권이 자행한 불법사찰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며 "국정원법을 개정할 때 공소시효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정보기관에 '정보감찰관'을 둬 내부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즉각 응수했다. 국민적 의혹 해소에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면서 박형준 부산시장 경선후보를 겨냥한 여권의 공격에 차단막을 치고 나선 것이다.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MB정부 이전에는 없었겠나. (국정원의) 60년 흑역사라고 했기 때문에 과거에도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노무현 정부 때는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 저해 정치인'을 판단하려면 청와대와 소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민정수석실에서 정보수집 중단 지시가 있었는지, 대통령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도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민간인 사찰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DJ정부부터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다 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대 총선에선 코로나19 상황속에서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과는 국민들이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다. 국회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180석에 육박하는 슈퍼여당이 탄생했다.
반면, 보수진영인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100여 석을 가까스로 건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원인은 코로나 위기 속 국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보다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서 경제 위기 극복에 매진해 달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민주당의 기록적인 압승 통합당의 역대급 참패로 요약되는 데 앞으로 여당이 국회 내에서 개헌을 빼고는 대부분의 법안은 의석 수로 밀어부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각종 개혁 법안 추진 때 의석수로만 밀어부칠 경우 오히려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협치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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