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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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 승인 2021-02-16 11:10
  • 수정 2021-02-16 15:28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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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일단 '이날치'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19세기 판소리 명창이란다. 날치처럼 줄을 잘 탄다고 해서 별명처럼 붙여졌다고 한다. 줄을 얼마나 잘 타길래 날치라고 했을까. 하여간 가수들 이름도 그렇고 노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국악 냄새가 물씬 나는 노래다. 이 노래를 티비에서 처음 접하고 확 빠져들었다. 누군들 이 노래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절로 어깨가 들썩들썩. 국악 자체가 워낙 흥이 나는 장르 아니던가.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이 후렴구가 계속 나오면 관객도 벌떡 일어나 어깨춤을 덩실덩실 출 것이다. 서양의 힙합과 흡사하다. 그러고보면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한 것 같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말이다. 사람 사는 방식은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음식을 예로 들면 국수는 동.서양 오랜 옛날부터 즐겨 먹었다. 정말 감탄스럽지 않나. 한반도는 밀이 귀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중국에도 있고 중앙아시아에도 있고, 이탈리아 파스타를 보라.

본론으로 들어가자. 힙합의 매력은 영화 '에잇 마일'을 보고 알았다. 에미넴의 자전적 영화인데 힙합의 정수를 보여준다. 힙합은 흑인 음악이다. 차별받고 소외된 흑인들의 삶이 녹아있다. 앵글로색슨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힙합이라는 장르를 통해 발산한다. 이것이 음악의 묘미다. 이것이 예술의 순기능이다. 아니 예술의 역기능은 없다. 참고로 에미넴은 백인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백인이다. 미국에 힙합이 있다면 한국은 판소리 아닌가. 주절주절 사설 늘어놓는 판소리야 말로 힙합과 일맥 상통한다. 그러니 '범 내려온다'를 외국인이 들어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이 노래는 인간에게 무서운 동물인 호랑이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신성시 여기고 친근한 동물로 '승격'시켰다. 조상들의 개그본능인가. 전래동화에도 공포스런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고 실수 남발하는 재밌는 동물로 그렸다. 전에 있던 직장 상사가 자주 했던 말이 생각난다. "범은 뭐하나. 저런 인간 안 물어가고." 범이야말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동물이다.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 동화를 상상해보라. 덩치는 소만한데 호랑이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여운가.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 죽어라 밥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 신나는 '범 내려온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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