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학의 생존과 근본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대학의 생존과 근본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약학부 교수

  • 승인 2021-02-15 08:23
  • 수정 2021-02-15 14:3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준원교수
이준원 교수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서울 소재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지방 사립대학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가 45만 명 정도로 힘든 한 해가 되리라 예상되지만,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2030년대에는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학들은 교육당국의 정책에 따라 매년 갈팡질팡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상아탑이라는 누더기처럼 쌓아 올린 거창한 모래성 안에서 대학의 생존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교육 복지의 측면에서 이러한 상황이 한국의 발전과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주며, 지역 균형 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 극복해야 할 방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교육 당국의 지혜가 시급한 실정이다.

2018년 4월에 중도일보 칼럼 '시사오디세이'에 필자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대학’이란 제목의 글을 게재한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이 글에서 대학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으로서 대학 구성원들은 사회적 기업의 주주가 되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요즘 같은 어려움 속에서 이러한 생각이 현실적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교육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교육의 의지와 배우고자 하는 이의 동기와 자발적 의지가 함께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행동과 이끌고자 하는 힘은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했던가. 배워서 남에게 줘야 하는 것이 교육자의 소명이기도 하지만, 안다는 것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 학력저하와 생존의 문제 안에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적 실험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지식의 앎을 깨닫고 이를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삶의 현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도록 하는 것, 이것은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생존의 가르침, 스스로 터득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의 본질을 알아감으로써 대학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꿀벌은 벌통이 더워지지 않게 하고 채집한 꿀의 수분을 날려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자신의 날개를 선풍기처럼 끊임없이 돌린다. 이와 같이, 대학은 생존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행동해야 한다. 대학의 근본과 학생들에게는 제공해야 할 것들을 고민하고 이를 통해 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칸막이를 버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들을 공유하고 제시할 수 있는 자세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어떤 면들이 모두가 놀라는 발전과 결과들을 만들어 냈을까? 언제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며, 자유로움 속에서도 엄격한 시스템을 유지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동아시아 역사에 저명한 하버드 ‘오드 아르네 웨스타드’ 교수는 "한국인은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은 올바름이 의가 되는 사회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올바름의 근본은 교육의 엄격함으로부터 유래된다. 이러한 근본을 바탕으로 자율과 창조를 추구했던 교육이야말로 세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차별되는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물음에 더불어 좋은 교육성과를 내기 위한 자금 문제도 시급하다. 이는 대학 구성원들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은 별도의 투자회사를 만들어 주식·헤지펀드 등에 투자하여 연평균 11%의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서울대도 연 2.5% 정도의 기대 수익률을 목표로 외부에 자금을 위탁하였다. 지방의 대학들도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이며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금을 운용하여 가장 가치 있거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자본과 지식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지역 기업들이 대학에 기부금을 최대한 집행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운영 기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조성하고, 지방의 대학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외부위탁운용(OCIO)사에 맡길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교육의 본질은 앎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어려움과 상처, 그리고 과정의 행복까지 포함된 깨달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근본이기도 하고 생존의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약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