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소셜미디어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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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소셜미디어 길들이기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 승인 2021-02-15 08:23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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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 교수
영화 '너브'(2016)에서 '너브'는 소심한 예비대학생 '비'가 가입한 소셜 미디어 미션 수행 사이트다. 미션을 수행하는 player와 그들의 미션 성공 여부를 배팅하는 watcher가 소통하는 10대들의 비밀 사이트다.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한 자가 승자가 되는, 관심이 곧 재화가 되는 작금의 '관심 경제' 이야기다.

무한경쟁 시대에 인터넷 회사들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자비한 경쟁을 벌인다. 그 결과는? 분열, 양극화, 증오나 혐오로 이어지곤 한다. 2021년 2월 9일 'Together for a better internet'이란 주제로 18회를 맞은 'Safer Internet Day'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터넷 플랫폼은 시간 잡아먹는 하마다. 우리의 시간과 관심 덕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부상했다. 엄청나게 낚아 올린 우리의 데이터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돈이 되는 비즈니스 수단일 뿐이다.

관심 경제에서 경쟁은 치열하다. 갈수록 분열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혐오, 거짓 정보 등으로 넘쳐난다. 게다가 모든 정치적 대중 선동자들에게 열려 있다. 슈퍼컴퓨터의 인공 지능은 사용자에게 다음에는 무엇을 제공할지 물으면 한 가지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끌리는 게 뭔가? 참여케 하는 게 뭔가? 플랫폼에 붙잡아 놓는 게 뭔가? 정답은? '가장 감동적인 것'이다. 어떤 감동이 가장 쉽게 드러날까? 불안이다. 이와 밀접한 것이 분노다.



이를테면 친구가 느닷없이 '켐트레일'에 대해 헛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여기에서 적어도 답 일부는 찾게 될 것이다. 알고리즘이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그 콘텐츠의 진실성은 어떠한지, 그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무엇을 유발하게 되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그 화면에 머물러 있느냐 하는 것뿐이다. 우리의 관심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강화된다. 지루한 이성적인 목소리는 소득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5000만 유저를 확보하기까지 라디오가 걸린 시간은 38년, TV는 13년, 인터넷은 4년이나 걸렸지만, 페이스북은 2억 명의 유저 확보에 1년도 채 안 걸렸음을 상기해보라.

소셜 미디어는 핵심적인 정보 배포자로서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점점 더 심하게 조종한다. 검증되지 않은 극단적인 콘텐츠들이 사회의 변두리에서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는 동안, 기존 미디어들에서 선별되고 검증된 정보는 점차 유료서비스의 시장에서 사라진다. 민주주의는 공통의 대화에 근거한 올바른 정보에 밝은 시민들에 의해 살아난다. 더 이상 공통의 언어를 찾을 수 없는 거짓된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조종하는 사회는 상상하기가 쉽다.

여론의 압력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이제야 개선의 여지를 보인다. 일부 학생들을 고용하여 최악의 응어리들을 사후에 지우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거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언어로 운영하고 있지만, 콘텐츠 검토는 기본적으로 일부 서구 언어들에서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혐오 발언과 폭력 선동의 공간이 되었다. 오죽하면 유엔 조사관이 페이스북을 디지털 괴물이라고 했을까.

무엇보다 기업의 성공이 손실과 관계없이 우리의 가장 낮은 본능에 반응하여서 되도록 오랫동안 플랫폼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반응 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인터넷 서비스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전기나 상수도 공급처럼 조절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 건강을 위해 모든 가정에 필터를 비싸게 설치하는 대신 비용이 많이 드는 식수를 수도관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렇다. '가장 미친놈이 모든 걸 갖는다!'는 '너브'의 카피 문구가 적용되는 소셜미디어라면 강제적인 '검열'보다는 견실한 '절제'의 장치가 필요하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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