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 며느리라서 그런지 길 가다가 동네사람들이 자주 말을 걸어 왔었다.
나도 아직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하면 한국 사람들 대부분에게서 듣는 말이 “밥 먹었어요?”와 “어디가요?”였다.
“밥 먹었어요?” 라고 들었을 때는 언제나 식사를 한 후여서 “네~” 라고 대답했었고 “어디가요?” 라는 말에는 “어디어디에 갑니다” 나 “~를 하러 갑니다”라고 꼬박꼬박 대답했다.
그러던 중 점심때가 한참 지났을 때 우연히 만난 지인이 “밥 먹었어요?”라고 물어봐서 아무 생각 없이 아직 안 먹어서 “아직 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인은 “그럼 같이 먹어요”라며 함께 식당에 갔다. 그런데 주문할 때가 되니 지인은 본인은 사실 밥을 이미 먹어서 나만 주문하라고 했다.
지인은 그냥 의례적인 의미로 식사를 했냐고 물었는데 필자가 안 먹었다고 하니 점심식사를 안한 줄 알고 식사대접을 한 것이었다.
나중에 남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더니 “밥 먹었어요?”는 그냥 인사말이니까 가볍게 “네~” 라고 대답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직 이요” 라고 대답해서 상대방이 안타깝게 여겨서 밥을 사줬던 것 같다고 했다.
한국생활이 오래된 지금은 “밥 먹었어요?” 도 “어디가요?” 도 그냥 인사말이어서 “네~” 라고 대답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도 가끔 “어디가요?”라는 말에 “마트에 가요”나 “장보러 가요”라고 대답할 때도 있지만.
한국살이 23년차가 되고 나니 나도 인사말로 “어디가요?”, “밥 먹었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하시모토시노부 명예기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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