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대전 서구 배재대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 씨의 말이다. 그가 보기에 학생이 없어 원룸 계약이 이처럼 없었던 해는 처음이라고 한다. 김 씨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근 원룸촌의 공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 원룸촌을 떠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강의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이 굳이 대전에서 돈을 내고 머무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전권 대학 각각의 커뮤니티엔 계약 중인 원룸을 양도한다는 게시물도 쏟아지고 있다.
한 지역 대학생은 "대전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고향을 왔는데, 월세가 너무 아까워서 양도 글을 올렸다"며 "새 학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서둘러 계약을 해 없는 형편에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대학 커뮤니티, 원룸 양도 게재 글 |
김 씨는 "학생들이 없으면 상권이 죽을 수밖에 없는데, 대전 대학가 일대가 거의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원룸 공실은 늘고 있고,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본가로 들어가 재계약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나온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전국의 만29세 이하 청년과 특성화고 졸업생(졸업예정자),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본 19~39세 청년 1058명을 대상으로 취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중 91%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여기에 84.7%는 아르바이트 등의 단기 일자리마저 잡기 힘들다며 생계를 걱정하기도 했다. 대전서 재취업을 준비 중인 A(30) 씨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 전에 생활비 충당도 어렵다"며 "아르바이트도 어려운 데다, 취업준비까지 해야 하는 만큼 고향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대인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금이나 월세를 내리는 방향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김 씨는 "빈방이 많아지면서 건물주들이 월세를 조금씩 내리고는 있는데, 여전히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대학생 위주인 곳인 만큼, 공실률에 대한 압박은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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