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가 있는 부산과 여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 등을 찾아 현안 입법을 약속한 가운데 충청의 숙원인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공청회 날짜를 잡는 것은 차일피일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설 전날인 11일 오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 지역 원로 문화예술인들과 만나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이달 안에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날 오후 전남 순천 여순항쟁위령탑을 방문에선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유족과 대화에서는 "(여순사건 특별법을) 이달 회기 안에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 부지를 찾은 이 대표는 호남의 또 다른 숙원인 한전공대 특별법에 대해서도 "가급적 2월 국회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의 호남 방문은 올해 들어서만 3번째로 본격 대선정국 돌입에 앞서 호남 챙기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설 연휴 직전인 9일에는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총력전을 벌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 의지를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3주 사이에 3번째 부산을 찾은 것인데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는 4·7보선 판세를 뒤집고 '설 밥상머리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날 이 대표는 국회에서 동남권 신경제엔진 추진전략 토론회를 열어 힘을 보탰다.
반면, 충청의 숙원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인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이달 말까지 공청회 개최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건 없다.
공청회 날짜는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 간사간 협의에서 결정되는 데 운영위가 언제쯤 열릴지도 현재로선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세종갑)은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이와 관련한 의사를 타진해 봤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여론 수렴을 위해선 공청회가 시급한 만큼 조속한 개최를 특별히 당부하고는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세종의사당 설치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만큼 여야가 서울 민심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숨고르기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공청회 개최 이전까진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충청 정치권의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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