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2021년 1월 21일, 대전시는 '삶이 건강한 산소 도시 대전'을 비전으로 하는 '2050 탄소중립' 추진 의지를 선포하며 건물, 수송, 에너지, 시민협력, 도시 숲 조성이라는 5개 방향을 제시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하지 않겠다는 엄청난 선언을 한 것인데, 지역사회가 조용하다. 그건 아마 지역사회가 아직 '탄소중립'이 뭔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뭐가 다른지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 하다.
사실 시민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커지면서 결국 탄소중립 선언이 등장했는데, 그 연결지점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지 않았다. 게다가 탄소중립으로 지역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큰 그림이 없다보니, 그저 몇 가지 사업들을 계획으로 나열해 탄소중립 이라는 또 다른 사업들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대전시를 다니는 자동차 68만대가 반 이상 줄어들어도 될지 안될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이 변화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나갈지, 변화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인지 시민들과 공감부터 먼저 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하나는 아주 분명하게 '탄소를 배출하는 정책'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7월에 발표한 대전시 그린뉴딜 계획에는 이런 우려가 큰 사업들이 많다.
당장 지역의 주거, 산업, 수송 부분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를 전환하는 일이 급선무 인데 대전그린뉴딜 중 가장 예산이 많은 사업들이 거의 인프라 건설 사업들이다. 대전하수처리장 이전사업(민간투자), 충청권 광역철도부터 원도심 개발사업까지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들을 그린뉴딜 이라는 새로운 포장박스에 빼곡하게 넣어뒀다.
특히 심각한 것은 대전 그린뉴딜 신규사업 중 투입예산이 큰 '3대 하천 그린뉴딜 선도사업'이다. 이 사업은 명백한 하천개발사업으로 그린뉴딜 사업 취지와 맞지도 않는다. 대전천 하상도로 철거 계획을 제외하고는 천변에 다리건설이나 수변시설을 하겠다는 내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환경단체가 분명 반대의 입장을 표했지만 대전시는 기어이 하천에 삽을 꽂아 파헤치겠다는 의지다. 이명박 정권이 녹색뉴딜이라고 칭하던 4대강 사업이 대전시 3대 하천에서 허태정 시장의 그린뉴딜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
대전시가 탄소중립에 진심이라면 이런 '가짜 그린뉴딜'부터 걷어내고 그 취지에 맞게 재수립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또 하나는 탄소중립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50 넷제로를 기준으로 부분별로 얼마만큼의 탄소를 감축할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연도별로 달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대전이 그동안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고 줄여왔는지, 각 해당 정책들은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평가도 냉철하게 해야한다. 수송부분 온실가스 감축에 대전시 환경정책 어딜 들여다 봐도 등장하는 전기·수소 자동차 확대 정책도 평가가 필요하다. 전기·수소 자동차 전환 보다 근본적으로 자동차 중심의 도시체계를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교통 체계에서 '트램 중심 대중교통체계의 실현'은 과연 가능할까? 이에 대한 대전시의 답을 준비하는 것부터 탄소중립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몇 개의 계획'을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 '대전환'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이 전환의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공공성과 안전망을 갖춘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대전시는 탄소중립이라는 신호탄을 쏴 올렸다. 기획부터 시민들과 협력해 공감대와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정책들을 다양한 영역에서 세부화해 실현한다면 탄소 중립은 구체적인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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