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뺄셈으로 살 것을 덧셈으로 살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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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뺄셈으로 살 것을 덧셈으로 살아서야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1-02-10 11:04
  • 수정 2021-02-10 11:0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나의 지인 가운데에 명문대를 나오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분이 있었다. 그는 능력도 있고 성실한 분이어서 특별 채용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부장 대우에 보수도 많이 받았다. 그는 타고난 재능에 능력까지 겸비해서인지 사내(社內)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배우자와 남매, 4식구의 단란한 가정은 그 무엇도 부족한 데가 없을 정도였다.

옥에 티라 한다면 욕심이 좀 있는 분이라서 부장 자리나 받는 보수에는 전혀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면팔방 어느 쪽으로 바라봐도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족이란 기대하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성격 탓인지 이 분의 눈이나 마음에 차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욕심은 뺄셈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는 매사에 욕심을 부리는 덧셈으로 살아 그런 것 같았다.



그러기에 마음은 늘 갈증 나는 욕심으로 끓고 있어 분수에 맞는 생각은 별개의 것이었다.

그는 입사한 지 5년까지는 능력을 발휘한 좋은 실적으로 인정도 받고 획기적인 대우도 받았다.

허나 천성이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얌전하게 있을 줄 알았던 성격은 잠재울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의 내심 한가운데 숨어 있는 욕심은 쉴 새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도무지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그의 삶과는 무관한 단어 같았다.

뺄셈이 돼야 할 욕심이 늘 덧셈으로 사는 삶이었으니 자족(自足)하는 마음이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과욕 때문에 드디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는 인정받는 능력으로 안정된 반석 위에 그림 같은 명품 건축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허나 꿈틀대는 욕망으로 순간을 못 참아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었다.

주변 동일업종의 타 건설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다. 재직회사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많은 연봉에 사장 자리까지 준다니까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귀가 솔깃하여 망설이다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타 회사로 가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욕심 때문에 몸담고 있던 회사를 배반하고 베를 바꿔 탄 격이었다.

당장은 사장 직위에 많은 보수를 받아 좋을지 모르지만 신의나 의리가 없는 행동이어서 뒷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돈도 좋고 직위도 좋지만 뺄셈으로 살아야 할 욕심을 그는 덧셈으로 살고 있었다.

당장은 숫자가 많아지는 덧셈이지만 뺄셈이 되는 덧셈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옮겨간 회사는 그의 능력 덕분인지 흑자운영으로 5년간은 잘 버티었다. 그런데 워낙이 누적된 과다 부채로 회사의 회생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가 좋은 조건으로 발탁 채용이 된 것도 회사를 살려볼 인재로 쓰기 위함이었는데 그는 그걸 감 잡았는지 몰랐는지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이었다. 그는 진력(盡力)하는 자세로 좋은 머리를 짜내고 온갖 수완을 다 동원했지만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사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5년 정도 버텨온, 감당할 수 없는 누적된 부채에 부도위기까지 맞아 회사 문을 닫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분 얘길 하다 보니 득롱망촉(得?望蜀)이란 고사가 생각난다.

'한서'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광무제가 농(?)이란 땅을 얻고 거기다 촉(蜀)나라까지 탐냈다는 이야기이다.?말하자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에 관련되는 우리 속담에도 '처먹을수록 양양거린다'는 말이 있다.

어린 꼬마가 떼를 쓰고 투정 부리는 바람에 그걸 감당하기 어려운 엄마는 꼬마의 요구를 다 들어 주었다. 엄마는 꼬마의 투정과 떼쓰는 것이 그칠 줄 알았는데 그치기는커녕 울면서 떼굴떼굴 구르고 엄마를 더 속상하게 하고 있다.

화가 난 엄마가 사 주었던 과자며 장난감을 모두 빼앗아 버리고 하는 말이,

"이놈의 새끼가 처먹을수록 양양거리네"였다.

결국 꼬마는 과욕을 부리다, 엄마를 졸라 어렵게 얻어낸 장난감이며 과자까지 다 빼앗긴 채 매까지 벌은 꼴이 되었다. 과욕은 금물이다. 이것을 경계하는 조선시대 일화도 있다.

조선 시대 한 부자가 길에서 오백 냥이 들어 있는 돈 자루를 잃어버렸다.

돈을 찾을 수 없었던 부자는 그 돈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사례금으로 백 냥을 주겠다고 광고를 했다. 며칠 후 한 소년이 돈 자루를 들고 부자에게 찾아왔다.

부자는 기뻐하면서도 백 냥을 소년에게 줄 것을 생각하니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부자는 잠시 고민 끝에 소년에게 말했다.

"돈이 꼭 백 냥이 모자라는데 네가 미리 사례금을 챙긴 모양이구나. 이렇게 돈을 찾아주어서 고맙구나. 이제는 그만 가 보아라."

소년은 부자의 행동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그래서 마을 사또를 찾아가 사정을 호소했다. 사또는 부자와 소년을 불러서 먼저 소년에게 물었다.

"너는 자루에서 돈을 꺼낸 일이 있느냐?"

"없습니다."

사또는 부자에게 물었다.

"자네가 잃어버릴 때 돈 자루에는 얼마나 들어 있었나? "

"오백 냥입니다."

"소년으로부터 받을 때는 얼마나 있었느냐? "

"사백 냥입니다."

그러자 사또는 이렇게 판결을 내렸다.

"그럼 이 자루는 잃어버린 사람이 다른 사람인가 보구나!

이것은 당신이 잃어버린 돈 자루가 아니니, 당신은 오백 냥이 들어 있는 자루를 다시 찾아보아라. 그리고 이 돈 자루는 진짜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이곳에서 보관하다가 한 달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절반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 소년에게 줄 것이다."

뺄셈으로 살 것을 덧셈으로 살아서야

능력 있는 사장도. 투정쟁이 꼬마도, 조선시대 돈 많은 부자도 과욕을 부리다가 얻은 걸 다 잃고 마는 불행의 주인공이 되었다.

뺄셈으로 살아야 할 욕심을, 덧셈으로 살다가 얻은 것마저 다 잃고 말았다.

우리는 득롱망촉(得?望蜀)이란 고사성어와 '가늘게 먹고 가늘게 싸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게도 구멍이 크면 죽는다'의 속담을 잊고 사는 우매함으로 불행을 자초해서는 아니 되겠다.

뺄셈으로 살 것을 덧셈으로 살아서야

뺄셈할 것을 덧셈으로 잘못 살아, 덧셈의 상수가 불행이 돼서는 이니 되겠다.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202010090100048400001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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