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다.
탄생과 함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할수 없는 여린 존재는 나이를 먹어서도 늘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안에서 혼돈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삶을 지탱한다.
러시아 문학의 대가인 블라디미르 코롤렌코 서거 100주년을 맞아 '맹인악사'가 출간됐다.
러시아 인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 비평가, 사회활동가로 활동한 블라디미르 코롤렌코는 지난 1921년 폐결핵으로 6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언론을 비롯해 사회 비평과 문학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번에 출간된 '맹인 악사'는 신임 황제 알렉산드르 3세에 대한 충성 서약 거절을 이유로 8년간의 시베리아 수형생활 후 10년간의 창작활동 과정에서 쓴 대표작 4편을 묶었다.
코롤렌코에게 사실상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마카르의 꿈'은 시베리아 유형 생활의 체험에 기초한 일종의 '성탄절 이야기'로서 한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코롤렌코는 헐벗고 무지하며 죄 많은 농부 마카르의 현실과 꿈의 대비를 통해 부정한 사회 구조를 냉철하게 비판하고 비참한 민중의 삶을 통렬하게 담아냈다.
'나쁜 패거리'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체험에 근거한 자전적 작품으로 사회로부터의 소외에 대항하는 아이들 사이의 연민과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작가 특유의 통찰을 보여준다. 이른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시베리아의 방랑자 틔부르치를 통해 자유와 정의에 대한 작가의 끝없는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숲이 술렁거린다'는 '폴리시예의 전설'의 형식을 띄는 작품으로 자유를 위해 현실의 불의에 과감히 도전하는 산지기 로만과 카자크 오파나스의 모습을 음울하고 낭만적인 서사에 담아내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지만 정작 자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한 '맹인악사'의 아이러니한 삶을 통해 이 책 역시 불행한 사람들과의 공감, 나눔을 얘기한다.
또한 일생을 자유와 정의를 위해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편, 러시아의 단편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코롤렌코는 짓밟힌 사람들에 대한 동정을 작품에 담았다.
시베리아 야쿠트 지방으로 유배되며 만난 사람들을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부랑아, 도둑, 순례자,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로 등장시켰다.
볼세비키 정권에 협력하기를 거부했으며 1917년 10월 혁명이후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블라디미르 코롤렌코 지음, 오원교 옮김. 문학과지성사. 376쪽.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