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인근 학교 등굣길에 차량이 주차됐다. 신성룡 기자 |
대전 중구 석교동 동명중학교 등굣길. 신성룡 기자 |
시선유도봉이 설치된지 일주일만에 철거된 흔적. 신성룡 기자 |
실제 동명중 진입 도로의 폭을 재보면 약 5m 정도지만, 주·정차된 차량을 제외한 도로 양편의 간격은 3m 안팎으로 중형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다. 그중 주차된 차를 몇 대를 두 손으로 밀어 봐도 수동제동장치가 채워져 꿈쩍하지 않는다.
동명중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마다 맞은편이나 뒤쪽에서 차가 올 때 피할 곳이 없어 주·정차된 차량 사이로 들어갔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발걸음을 떼는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언덕에 위치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아 사고의 위험은 더 크다. 보행자와 운전자가 알아서 잘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 발생 후 뒤늦게 조치하는 등의 오류는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청란여중으로 향하는 주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인도가 없고 주·정차에 도로로 밀려난 학생들이 출근하는 차량과 뒤엉켜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다.
청란여중 교사인 최경순 씨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 양쪽에 차들이 항상 주차돼 있어 등교 시간이 되면 지나는 차량과 부딪칠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들도 자주 연출된다”라며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몇 년째 무엇 하나 바뀌는 것이 없다”고 했다.
보문산 인근에는 동명중을 비롯해 신일여중·고, 남대전고, 청란여중·고 등 6개의 학교가 밀집해있다. 6개 학교 학생 수를 모두 합치면 2190여 명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날마다 위험한 등굣길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동명중은 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중구청에 시선유도봉(차선규제봉) 설치를 요청했다. 학생들이 등굣길에 차량을 안전히 피해서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하자는 거다. 그러나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일주일 만에 등굣길 2곳에 세워진 10여 개의 시선유도봉이 사라졌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인근 주민의 민원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구민의 편의와 학생 안전을 두고 이해관계가 부딪힌 거다.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공영주차장 확보가 중요하다고 한다. 중구의 주차장 확보율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78.59%로, 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으며 확보율이 가장 높은 유성구(178.5%)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애초 학생들의 통학로 편의를 위해 1곳당 4~6개의 시선유도봉을 설치했지만, 나중에 주민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다시 철거했다"며 "지속적인 지역 민원으로 주차장 부지도 고려했지만, 집주인이 매각 의사가 없어 쉽지 않다. 통학로 문제 해결을 주민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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