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ON] 등굣길이 무서운 아이들

  • 정치/행정
  • 대전

[현장ON] 등굣길이 무서운 아이들

등교 때마다 차량과 뒤영켜 사고 위험 높아
중구 주차장 확보율 78.59%로 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아

  • 승인 2021-02-09 16:41
  • 수정 2021-02-09 16:55
  • 신문게재 2021-02-10 5면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KakaoTalk_20210209_132859402
보문산 인근 학교 등굣길에 차량이 주차됐다. 신성룡 기자
KakaoTalk_20210209_132922530
대전 중구 석교동 동명중학교 등굣길. 신성룡 기자
KakaoTalk_20210209_132801131
시선유도봉이 설치된지 일주일만에 철거된 흔적. 신성룡 기자
8일 주택이 밀집된 대전시 중구 동명중, 대전 신일여중·고, 청란여고 일대. 좁은 골목마다 양 옆으로 주·정차된 차량으로 통행조차 버거웠다. 이들 학교 주변 도로는 길이 좁아 출·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학생들은 차량과 얽혀 한 길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마치 빨간불인 걸 알고도 걸어가야 하는 꼴이다. 특히 석교동에 위치한 동명중 등굣길 시작점에는 도로 네 개가 만나는 사거리로, 등하굣길에는 학생과 차량이 얽혀 극심한 혼선을 일으키는 곳이다.

실제 동명중 진입 도로의 폭을 재보면 약 5m 정도지만, 주·정차된 차량을 제외한 도로 양편의 간격은 3m 안팎으로 중형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다. 그중 주차된 차를 몇 대를 두 손으로 밀어 봐도 수동제동장치가 채워져 꿈쩍하지 않는다.

동명중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마다 맞은편이나 뒤쪽에서 차가 올 때 피할 곳이 없어 주·정차된 차량 사이로 들어갔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발걸음을 떼는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언덕에 위치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아 사고의 위험은 더 크다. 보행자와 운전자가 알아서 잘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 발생 후 뒤늦게 조치하는 등의 오류는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청란여중으로 향하는 주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인도가 없고 주·정차에 도로로 밀려난 학생들이 출근하는 차량과 뒤엉켜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다.

청란여중 교사인 최경순 씨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 양쪽에 차들이 항상 주차돼 있어 등교 시간이 되면 지나는 차량과 부딪칠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들도 자주 연출된다”라며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몇 년째 무엇 하나 바뀌는 것이 없다”고 했다.

보문산 인근에는 동명중을 비롯해 신일여중·고, 남대전고, 청란여중·고 등 6개의 학교가 밀집해있다. 6개 학교 학생 수를 모두 합치면 2190여 명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날마다 위험한 등굣길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동명중은 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중구청에 시선유도봉(차선규제봉) 설치를 요청했다. 학생들이 등굣길에 차량을 안전히 피해서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하자는 거다. 그러나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일주일 만에 등굣길 2곳에 세워진 10여 개의 시선유도봉이 사라졌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인근 주민의 민원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구민의 편의와 학생 안전을 두고 이해관계가 부딪힌 거다.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공영주차장 확보가 중요하다고 한다. 중구의 주차장 확보율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78.59%로, 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으며 확보율이 가장 높은 유성구(178.5%)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애초 학생들의 통학로 편의를 위해 1곳당 4~6개의 시선유도봉을 설치했지만, 나중에 주민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다시 철거했다"며 "지속적인 지역 민원으로 주차장 부지도 고려했지만, 집주인이 매각 의사가 없어 쉽지 않다. 통학로 문제 해결을 주민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3.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4.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1.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2.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3.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4.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의회승인' 쟁점될까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