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제 기자 |
순하기도 하지 '부모님이 충청도 출신이라 대전 잘 압니다', '처가댁이 대전 토박이라 자주 왔습니다'라는 대전만 오면 뻔히 내뱉는 다른 지역 정치인들이 말에 괜스레 마음이 간다. 그들에겐 그리고 끝이다. 단순히 이용당하는 도구가 되진 않았나?
예나 지금이나 대전 정치권에선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은 물론이고 구청장과 시장까지 어떤 사람이 공천을 받고 경선에서 올라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오랜 기간 쌓인 선거결과 경험에서 보여주듯이 중앙정치에서 여당이 당세를 끌면 여당 사람이 되고, 야당의 당세가 센 상황에선 야당 후보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나온 정치인들이 중앙정치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지역 사안 중심으로 일하기보다는 중앙무대에서 눈에 띄고 이름 한번 나면 자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에서 등용하게 된다는 생각이 크게 틀리지도 않는 현실이다.
자신의 후임으로, 그리고 의정을 서포트할 지방의원들을 세우기 위해선 정당이 당세를 끌고 오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대전에선 가장 좋은 선거 승리 시나리오라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이제는 대전에서 조금은 다른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대전에서 선출된 만큼 지역과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대전 사람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구태의연한 표현으로 정치인은 마음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형평성과 포용력, 그리고 바로 선 자신의 신념과 주관까지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전에서 나와야 할 정치인 상은 '선점'해야 할 것을 아는 인물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 등에서 사용하는 이론 중 하나로 ‘점화효과’ 이론이 있다.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때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가 외교 분야의 내용을 보여주고 대통령의 전반적인 업무평가를 하게 된다면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 외교로만 대통령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게 되는 현상이다.
대전에서 정치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옳게 바꿔보고 싶다면 적어도 자신이 선점할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할 줄 아는 정치가가 나와야 한다. 뒤쫓고 따라가는 정치 말고 앞서갈 수 있는 대전을 위한 정치를 할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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