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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교수 |
현행법상 언론인은 '언론사의 대표자와 임직원'을 가리킨다. '언론중재법'과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에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고했다. 이 결정의 취지를 따르면, 언론인의 개념은 변화할 수 있으나 기사를 쓰는 기자나 언론사의 대표, 임원이 언론인의 범주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언론인은 왜 존재하는가. 충성의 의무가 있는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가.
대중의 신뢰를 받는 언론으로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를 꼽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독자에게 충성하는 것을 기조로 삼는다. 독자들이 그들의 고용주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뉴스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도 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명토 박는다. 언론인으로서 그들의 지위는 자신의 사적인 목적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독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다른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은 크든 작든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면, 즉시, 바로잡은 수정된 정보를 제공한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허위의 날조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인, 다른 언론인의 기사를 표절한 언론인을 감싸지 않는다. 해고한다. 뿐더러 왜 자기 언론사가 독자들에게 해로운 정보를 제공했는지 자체 조사해 공개한다. 객관적인 태도로 어김없이 정확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진실에 부응하는 것이며, 언론인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오로지 독자들이라는 믿음은 언론을 경영하는 대표자와 임원들에게도 굳건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미의 세계'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재닛 쿡의 기사가 조작된 것이라며 그를 해고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즈는 자사의 블래어 기자가 다른 기사를 표절하고 허위로 작문했다며 기자를 해고했다. 설즈버거 회장의 이름으로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진상을 기사로 다뤘다. 이들 신문사의 발행인과 기자들이 저 유명한 펜타곤 페이퍼 사건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언론사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을 알면서도 진실 공개로 독자들에게 충성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언론은 누구에게 충성하는가? 독자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출입처의 이익, 언론인 자신의 현재와 미래 이익, 대표자나 임직원의 이익을 위해 충성하고 있다는 대중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가? 최근 국내 한 신문사에서 법조 관련 기사의 편파성 시비로 현장 기자들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데스크나 국장단의 시각은 성명을 발표한 기자들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익명으로 발표된 중견 언론인의 내부 글은 '관점'을 가진 뉴스 생산의 가치를 말했다. 뉴스는 사건을 압축하고 요약하여 재구성하는 것이기에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뉴스의 정확성과 진실성 그리고 언론사의 관점에 대가를 지불하고 구독한다. 한국의 언론 역시, 언론사의 대표든 임원이든 일선 기자든 오로지 독자의 이익을 위해 충성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살고 나라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굴러가고 궁극적으로 언론도 생존한다. 간단한 이치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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